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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인가, 명물인가…노출 콘크리트 '100년 논쟁'

입력 2025-07-17 17:32   수정 2025-07-18 02:34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 vs ‘따분함의 신’.

‘브루탈리즘의 선구자’로 불리는 르코르뷔지에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엇갈린다. 한쪽은 근대 건축의 거장으로 그를 기억하지만 다른 한쪽은 건축의 암흑기를 가져온 장본인으로 깎아내린다. 이처럼 브루탈리즘 역사는 뜨거운 논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이런 논쟁은 르코르뷔지에와 브루탈리즘이 건축사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방증일지 모르겠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인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은 기계처럼 기능적이어야 하며 꾸밈없이 존재 그 자체여야 한다”는 논쟁적인 주장을 들고나왔다. 장식보다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혁명 시대의 프랑스를 경험했다. 시골에서 도시를 찾은 노동자가 가득한 빈민가는 한없이 열악했다. 르코르뷔지에는 당시 최신 기술인 철근 콘크리트 건축 기술을 접하고, 아주 빠르게 기능적으로 훌륭한 집을 대량으로 공급하려 했다.

르코르뷔지에는 1925년 ‘빛나는 도시’라는 미래형 도시를 제안한다. 19세기 유럽의 산업화·도시화 속에서 늘어나는 교통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부터 시테섬까지 기존 낡은 건물들을 헐어내고, 녹지 사이에 햇볕이 잘 비치도록 충분한 간격을 둔 고층 아파트 블록을 제안했다. ‘부아쟁 플랜’으로 불린 이 계획은 당시 “터무니없다”며 비판받았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그에게 기회가 됐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은 전후 복구가 시급했고 브루탈리즘이 적용된 건축은 지역 재건에 적합했다. 그가 1952년 프랑스 마르세유에 지은 ‘유니테 다비타시옹’에서 그가 꿈꾸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브루탈리즘의 원형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공동주택 형태로, 기능과 공동체의 조화를 꾀했다. 상류층 전유물이던 넓은 창문이 적용됐고, 가구별로 욕실도 들어갔다. 저층에는 상업 시설이 있었고, 옥상에는 거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이 더해졌다. 지금의 주상복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르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주장했는데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아주 편리한 거주지였다.

르코르뷔지에가 시작한 브루탈리즘은 전후 재건이 필요한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다. 영국에서는 앨리슨&피터 스미슨 부부가 브루탈리즘을 이끌었다. 이들의 대표작으로는 ‘로빈 후드 가든’(1972년)이 있다. 두 부부는 대규모 임대주택을 지어 도시 빈민의 삶을 위한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성공하지 못했다. 거대한 콘크리트는 차가운 이미지로 다가왔고, 로빈 후드 가든은 낙후된 주거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2018년 철거가 시작됐다. 당시 르코르뷔지에의 공동주택 이상향을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보존 캠페인이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슬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대신 V&A 박물관이 나서 서쪽 건물의 3개 층, 3가구 공간을 잘라 수장고에 보관하기로 했다.

유행은 서유럽에 머물지 않았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도 브루탈리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브루탈리즘이 ‘공산주의 건축’으로 평가되는 요인이 됐다. 소련 정부가 대량으로 건설한 공동주택 ‘흐루쇼프카’가 대표적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값싼 콘크리트와 철근을 이용해 저렴하게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평면의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 평등이라는 공산주의 정신에도 적합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건물은 미완성작으로 취급받았다. 안도가 건축을 전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추어적인 접근을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브루탈리즘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은 내년 공식 개관을 앞둔 신관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를 공개했다. 이곳은 주로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며, LACMA의 영구 소장품을 보관하게 된다. 세계적 건축가 페터 춤토어가 설계한 이 건물은 전면 콘크리트와 곡선형 외관을 갖춰 브루탈리즘 형식을 따랐다. 압도적이지만 반복적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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