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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쇼핑몰 생기면 다 죽어, 500억 내라"더니…곳곳 상생자금 분쟁

입력 2025-08-04 17:52   수정 2025-08-11 16:22

“대형 쇼핑몰이 하나 개점하면 인근 전통시장 점포 3500여 곳이 몰락한다.”

경기 수원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회장을 지내던 A씨는 2014년 22개 시장 상인 약 3000명을 규합해 대형 집회를 여러 번 주도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A씨는 건물을 짓고 있던 롯데몰, AK플라자 공사장 인근을 찾아 개점 중단을 촉구했다. 단식 농성까지 주도하며 수원시를 압박하자 시는 인허가를 몇 달 미루기도 했다.

약 4년 뒤인 2017년 12월 그는 횡령,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범죄자가 됐다. A씨는 2015~2016년 월 125만원의 공금을 꼬박꼬박 자기 명의 계좌에 입금했고 주변 상인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정관과 상인회 날인을 위조하기도 했다.
◇ “상생자금 아니라 분열자금”
상생자금을 놓고 빚어지는 전통시장 상인 간 갈등과 분란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다. 서울 영등포, 경기 안양·양평, 대구 등에선 쇼핑몰과 백화점이 개점하는 곳마다 상생자금이 조성됐고 구체적인 용처를 놓고 상인들끼리 다툼을 벌였다.

2016년 개점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당시 전통시장상인회에 상생자금 10억원을 냈다. 상인회장 B씨 등 6명은 2018년 1월 약 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시 상인회장 C씨도 주기적으로 돈을 빼돌리기 위해 1인 법인을 세워 2017~2018년 약 1611만원을 횡령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된 후 그가 2022년 5월 선고받은 형량은 벌금형이 고작이었다.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구성된 임의단체인 상인회가 아무런 감시 감독 없이 거액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상인은 현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시장 내 불법 노점상을 만들기도 한다. 상인회장과 갈등을 빚다가 푼돈이나마 받지 못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시장 내에서는 “상생자금은 분열자금”이라며 “차라리 돈을 주지 말고 기업이 시설 현대화사업 등을 직접 추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허술한 법이 부패·비리 조장”
돈이 새는 가장 큰 원인으로 허술한 법이 지목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가 개점하려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상생 협력안을 제출해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에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를 요구하는데 이때 일부 지자체는 상생자금을 내라고 압박한다. 기업 관계자는 “시장·군수·구청장 입장에선 지역 내 중요한 ‘표밭’인 시장 상인회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은 사실상 돈으로 인허가권을 매수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상인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상인 자녀 채용, 활동비 지원과 같은 특혜성 대가까지 강제로 제공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법이 인정하는 전통시장 개념이 모호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시장 상인 몇몇이 지자체에 전통시장으로 등록하면 상생자금, 시설 개선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이 아님에도 소상공인 간 삼삼오오 모여 지자체에 전통시장 심사를 신청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등록된 전국 전통시장은 2022년 기준 1388곳이다.

법상 협의 대상이 아닌 기업까지 지자체와 일부 상인의 등쌀에 못 이겨 돈을 내는 사례도 있다. 수원시는 2020년 문을 연 갤러리아백화점(이전)과 하나로마트(출점) 등에 상생자금 수억원을 내도록 했다. GS수퍼마켓 등도 소규모 점포를 내려다가 반발에 부딪혀 상인회에 현금을 줬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상생기금의 회계장부를 외부에 공개하고 정부 부처나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리/조철오/박시온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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