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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장기투자 숨통 트인다…인프라펀드 회계기준 완화

입력 2025-08-12 16:34   수정 2025-08-12 16:36

금융당국이 장기 인프라펀드와 벤처투자에 대한 회계기준을 완화한다.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를 ‘채무’가 아닌 ‘지분’으로 분류해 가격 변동분을 손익계산서 대신 재무상태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기업 투자에 쓰이는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의 회계 처리 개선도 검토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 금융투자협회, 벤처캐피탈협회, 주요 금융회사 등과 함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장기·벤처 투자 회계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의 후속 조치다.

구체적으로 이번 간담회에서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원은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를 '지분상품'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는 중간 환매가 불가능하고 발행사가 원금을 상환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 대부분이 '채무상품'으로 분류됐다. 가격 변동분이 매년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는 의미다. 금리나 경기 변화로 펀드 가치가 변동하면 금융사의 분기·연간 실적도 그대로 흔들려 투자자 입장에선 걸림돌이 됐다.

지분상품으로 분류되면 투자자는 가격 변동을 회계에 반영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펀드값이 오르내릴 때마다 그 차이를 곧바로 손익계산서에 넣는 FVPL(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 방식과 펀드값 변동을 당장 실적에 반영하지 않고 재무상태표 속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쌓아두는 FVOCI(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방식이다.

FVPL은 손실이 곧바로 손익계산서에 반영돼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반면 FVOCI는 가격 변동을 재무상태표에만 기록하고 손익계산서에는 배당금만 반영해 실적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금융위는 “이번 개선으로 해상·풍력발전,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권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벤처투자업계의 회계기준 개선 요구도 나왔다. 2020년 1월 도입된 비상장주식 공정가치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은 시가로 평가한다. 다만 가치 변동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어 처음 투자한 금액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피투자기업 자산총액이 120억 원 미만이거나 ▲설립된 지 5년 이내이거나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취득한 지 2년 이내일 때만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벤처투자업계는 2020년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이 기술 기반 벤처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술 기반 벤처기업은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변동이 거의 없지만 예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매년 시가를 산정해야 한다.

업계는 "가치 변동이 미미한 기업은 원가로 평가해도 회계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낮다"며 원가 평가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초기기업 투자에 활용되는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의 회계 처리 방식 개선도 건의했다. SAFE는 계약 시점에 주식 수와 가격이 확정되지 않아 부채로 분류되지만 상환 만기와 이자가 없고 일정 시점 이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자본의 성격도 뚜렷한 셈이다.

벤처캐피털협회는 “투자받은 기업이 SAFE를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자의 공정가치 평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회계 투명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적 실질에 맞는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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