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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실리콘밸리에 한국계 CEO는 왜 드물까?

입력 2025-08-15 16:58   수정 2025-08-16 00:11

인공지능(AI) 시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리더십 지형이 달라졌다. 백인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아시안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대만 출신인 젠슨 황(엔비디아)과 리사 수(AMD), 말레이시아계 화교인 혹 탄(브로드컴)과 립부 탄(인텔) 등이 반도체산업을 이끌고 있다.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구글)와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시간 빅테크의 정점을 지켜왔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최근 메타에 합류한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더 왕처럼 젊은 중국계가 새로운 동력이다.

그런데 이 화려한 명단 속에서 한국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건 왜일까? 이를 두고 한국인 특유의 성격 및 소통 방식이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경영자로서의 대내외 존재감과 네트워킹 능력이 중시되는 시대에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나서지 않음을 미덕으로 여기는 태도, 미국식 스토리텔링에 익숙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공식 석상에서의 영어 울렁증 등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국제경영·조직심리학 연구에서는 국가 문화만으로 개인의 행동 특성을 설명하는 문화 결정론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화가 심화한 오늘날, ‘특정 국가 사람은 이렇다’는 단정은 인간 행동을 지나치게 일반화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나고 자란 라틴계나 흑인 CEO가 드문 현실은, 실리콘밸리가 요구하는 리더상이 단지 개인의 특성이나 역량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 및 인재 공급 시스템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짧은 이민 역사, 작은 규모
한국인의 미국 이민은 다른 국가 출신에 비해 역사가 짧고 규모도 작다. 중국계의 이민은 19세기부터 시작돼 미 전역에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영어에 능통한 인도계는 전문직,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반면 한국인의 이민은 1960년대 이후에야 본격화됐으며,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이민 규모가 제한적이었다. 이런 배경은 국토가 넓고 지인 추천 중심의 네트워크 사회인 미국에서, 경력 성공에 필요한 기회·자원·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 형성에 제약으로 작용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주 한인 사회 역시 안정적인 의료 및 법률 관련 전문직을 선호했고, 이공계 진출자 역시 불확실성이 큰 경영자 트랙보다는 숙련된 엔지니어로 경력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유학생과 현지 경력자도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대기업 입사를 위해 귀국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처럼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한 스타 CEO들이 그 예다. 반면 중국과 인도의 우수 인재들은 자국 내 글로벌 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미국에 남아 경력을 쌓을 유인이 더 컸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좁은 진입 경로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계가 CEO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 파이프라인의 흐름 자체를 제한했다.
한국계 글로벌 리더의 시대, 이제 시작이다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 그 변화의 방향성과 막후 동향을 내밀히 읽어낼 수 있는 한국계 인사이더의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우수 인재들이 귀국해 국내 혁신을 이끄는 것 못지않게 일부는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해 대한민국 기술 영토의 외연을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 역시 절실하다.

그렇다면 한국계 CEO는 어떻게 등장할 수 있을까? ‘한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접근은 의미 있지만, 사회 자본이 형성되는 방법은 종종 그 반대로 작동한다. 인위적 노력을 통해 네트워크가 스타를 만들기보다는 스타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개척자 한 명의 등장은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기회의 문을 열며,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감지된다. 최근 한인 사회에서 공학과 창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유학생 역시 미국 정착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빅테크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인재도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메타의 AI 인재 쟁탈전에서 대규모언어모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정형원 박사가 포함된 점은 상징적이다.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인재의 물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만큼 머지않아 첨단 산업의 최전선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한국계 CEO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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