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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향해 가는 오픈AI…‘머니 플랜’ 구체화

입력 2025-09-01 10:02   수정 2025-09-08 08:10

[스페셜] 에이전틱 커머스가 온다



2025년 8월, 오픈AI가 공개한 인공지능(AI) 모델 GPT-5는 AI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코딩, 작문, 수학 등 핵심 영역에서 전례 없는 성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 성능 개선 너머에 있었다.

GPT-5는 AI 챗봇을 넘어 인터넷의 차세대 관문, 즉 ‘슈퍼앱(Superapps)’으로 도약하겠다는 오픈AI의 야심 찬 전략적 선언이다. 그 중심에는 ‘라우터(Router)’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라우터로 사용자 의도 실시간 분석

GPT-5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통일된 시스템으로 묶어주는 지능형 라우터의 도입에 있다. 이 라우터는 사용자의 질문이나 대화의 복잡성, 맥락,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해봐(think hard about this)" 같은 명시적 의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에 따라 빠른 답변에 최적화된 모델(gpt-5-main)이나 깊이 있는 추론에 특화된 모델(gpt-5-thinking)을 자동으로 선택해 최적의 답변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더 이상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그저 ‘챗GPT’라는 단일 서비스와 상호작용을 하면 된다.



이는 사용자가 기술의 복잡성에서 벗어나 서비스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플랫폼 전략이다. 마치 애플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iOS’가 표면적으로는 복잡한 구성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챗GPT를 기술 데모가 아닌, 수억 명의 사용자가 매일 습관처럼 사용하는 필수 플랫폼으로 각인시키는 기반인 셈이다. 더군다나 이 라우터 기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는 “사용자 응답 선호도, 측정된 정확도 등 실제 신호를 지속적으로 학습, 라우터가 계속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우터는 오픈AI의 미래 수익화 전략의 핵심 기반이기도 하다. 현재 챗GPT의 주간활성사용자수(WAU)는 8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무료 사용자다. 이 거대한 사용자 기반에 최상위 모델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유발하므로 라우터는 간단한 질문을 저비용 모델로 처리하게 함으로써 비용 문제를 해결한다.

고부가가치 질문에 더 많은 자원 할당

끝이 아니다. 오픈AI의 진짜 목표는 비용 절감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라우터는 질문의 복잡성을 판단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라우터에 ‘상업적 가치’라는 기준을 추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수도는 어디인가"와 같은 정보성 질문은 저비용 모델로 처리하고, "근처에서 평점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주고 2명 예약해줘"와 같은 명백한 상업적 의도를 담고 있는 고부가가치 질문에는 더 많은 컴퓨팅 자원과 ‘생각(thinking)’ 능력을 할당하는 식이다.




이렇게 길목을 차지하는 전략은 오픈AI로 하여금 예약 수수료, 추천 광고로 수익을 얻고, 비용을 상쇄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유료 사용자로부터 발생하는 구독 매출에 더해 대규모 무료 사용자 기반의 수익 창출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결국 오픈AI의 이런 움직임은 다가올 기업공개(IPO)에 맞춰 시장에 제시할 거대한 성장 스토리, 즉 광고와 상거래를 아우르는 에이전틱 AI 기반 ‘슈퍼앱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첫 번째 퍼즐 조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색 넘어 ‘모든 것’ 위한 관문 되나

업계에서는 사용자의 디지털 활동 전체를 관장하는 ‘디지털 허브’를 구축하는 게 오픈AI의 궁극적 목표라고 판단하고 있다. 구글 검색이 지배해 온 인터넷의 기본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그 중심에 ‘에이전틱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정보를 생성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포괄적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여름휴가 계획 좀 짜줘"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대리인)가 예산을 고려해 항공편과 숙소를 검색하고, 사용자 취향에 맞는 활동을 추천하며 예약까지 대신 처리해주는 식이다. 수동적인 정보 검색에서 능동적인 과업 완수로 사용자 경험이 전환된다.




지난 5월 유출된 오픈AI의 내부 전략 문건(ChatGPT: H1 2025 Strategy)에 따르면 오픈AI는 실제로 ‘챗GPT를 사용자를 이해하고 인터넷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직관적인 AI 슈퍼 어시스턴트로 진화시키는 것’을 자체 비전으로 삼고 있다. 검색 엔진, 브라우저, OS를 넘어선 슈퍼 어시스턴트로 챗GPT를 정의하며 기존의 카테고리를 뛰어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에이전틱 AI로 사용자를 대신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슈퍼앱의 미래를 준비한 셈이다.

리서치 업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11월 출시된 챗GPT는 2023년 11월까지만 해도 전 세계 웹사이트 트래픽 순위 100위권 밖이었으나 지금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어 5위로 뛰어올랐다. 8억 명의 WAU와 거대한 사용자 트래픽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터넷 관문으로서의 지위를 굳혀 가고 있다.

결국 오픈AI의 슈퍼앱 전략은 기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겨냥하게 된다. 사용자가 구글에서 정보를 발견하고, 이 과정에서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예컨대 챗GPT에 업무를 지시하면 챗GPT 내부에서 작동하는 에이전트가 여러 서비스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호출해 과업을 완수한다. 사용자는 다른 웹사이트를 방문할 필요 자체가 없어진다.

반면 에이전틱 AI가 열어갈 에이전트 경제에서 오픈AI는 사용자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실행’하는 단계에서 가치를 포착할 수 있게 된다. 구글에 클릭당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챗GPT를 통해 유입된 실제 판매나 예약에 대해 거래 수수료를 지불하는 미래가 열리는 것이다.




‘수익화 설계자’ 피지 시모

오픈AI의 슈퍼앱 전략이 구체적인 머니 플랜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는 피지 시모(Fidji Simo)의 영입이다.

오픈AI는 2025년 5월 애플리케이션 부문 최고경영자(CEO)라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고, 인스타카트(Instacart) CEO를 지낸 피지 시모를 애플리케이션 CEO로 임명했다. 그의 경력과 전문성은 오픈AI가 구상하는 수익화 모델의 청사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시모 CEO는 샘 알트만 오픈AI CEO에게 직접 보고하며 알트만 CEO가 장기적인 범용일반지능(AGI) 연구와 비전에 집중하는 동안 AI 기술을 실제 사용자가 경험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제품으로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게 그의 임무다. 그의 영입 자체가 기업공개(IPO) 서사를 완성하는 전략적 포석이었다.

실제로 시모 CEO의 이력은 관련 작업에 최적화돼 있다. 페이스북 재직 시절 그는 모바일과 동영상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며 페이스북을 ‘광고 기반 거대 수익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스타카트에서는 광고 사업만으로 연간 10억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종합 리테일 테크 플랫폼으로 회사를 변모시켰으며 이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IPO까지 이끌었다. 수억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와 거래 기반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게 그의 전문 분야다.

이는 오픈AI가 구상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와 정확히 일치한다. 알트만 CEO 역시 과거 광고 모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거래 기반 수익’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챗GPT 에이전트가 촉진한 상품 구매, 여행 예약, 지역 서비스 이용 등에 대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구글, 메타, 아마존이 지배하던 광고 및 구매 생태계를 파괴하며 오픈AI가 ‘제3의 구매 공간’을 창출한다면 이는 IPO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거대한 성장 스토리가 된다. 기업 간 거래(B2B) 영업 전문가가 아닌 피지 시모를 영입했다는 건 오픈AI의 가장 큰 재무적 기회 역시 챗GPT를 통해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을 소유하는 것에 있다는 의미다.

IPO를 향한 여정…기회와 내부의 그림자

에이전틱 AI 기반 슈퍼앱 전략은 빠르면 2026년에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IPO를 위한 매력적인 서사가 분명하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화려한 비전뿐 아니라 잠재된 리스크도 인지하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독특한 지배구조, 최대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복잡한 관계가 IPO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픈AI는 ‘수익 상한 영리기업(capped-profit)’이라는 독특한 기업 형태를 갖고 있다. 2015년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AI 개발’을 앞세워 비영리 단체로 출범했으나 막대한 연구자금이 필요해지자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투자를 유치,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비영리 이사회는 자회사를 완전히 통제하며 이사회의 법적 의무는 주주 이익 극대화가 아닌 ‘안전하고 유익한 AGI 개발’이라는 사명에 있다는 점이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투자자와 직원의 수익 역시 특정 배수(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약 10배)로 제한된다.

이 독특한 구조가 내포한 리스크는 2023년 11월 발생한 알트만 CEO 축출 및 복귀 사태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이사회는 알트만의 소통 방식, 안전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들며 그를 해임했는데, 이는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단 한마디 상의 없이 이뤄진 결정으로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 사건은 상업적 논리보다 ‘사명’을 우선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언제든 오픈AI에 불안정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와 같은 거버넌스 리스크는 상장 기업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요소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총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오픈AI의 영리 자회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통해 오픈AI의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동맹 역시 최근 들어 점차 ‘협력적 경쟁(co-opetition)’ 관계로 변하고 있다.

알트만 축출 사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분야의 또 다른 거물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영입해 자체 AI 부서를 신설,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대응하듯 오픈AI 역시 컴퓨팅 파트너를 다각화하는 추세다. 오라클을 새로운 파트너로 영입해 추진 중인 5000억 달러 규모의 AI 클러스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7월에는 코딩 AI 스타트업 윈드서프 인수 추진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이견이 발생, 인수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IPO 성공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및 마이크로소프트와 관계 재정립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I 패권을 둘러싼 거인들의 전쟁

오픈AI의 전략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움직임이 거대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오픈AI뿐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비슷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Amazon Bedrock AgentCore)’를 출시, 에이전트 생태계 확장에 나선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AWS 에이전틱 AI 담당 부사장은 “AI 에이전트는 인터넷의 탄생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변화”라며 “소프트웨어 구축, 배포, 운영 방식, 소프트웨어와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에이전틱 AI가 기존 앱 스택을 붕괴시킬 것으로 예측하며 회사의 정체성을 ‘소프트웨어 공장’에서 ‘인텔리전스 엔진’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역시 웹이 에이전트가 상호작용하는 데이터베이스의 연결체로 진화할 것이라며 에이전트를 컴퓨팅의 ‘강력한 새 폼팩터’로 규정했다.

지난 10년간 인터넷이 전문화된 개별 앱으로 ‘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면, 에이전틱 AI는 단일 대화형 인터페이스 아래로 서비스들이 다시 '재결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개인화, 기억, 통합의 이점 때문에 사용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관리해줄 단 하나의 주력 AI 비서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누가 삶의 운영체제(life OS)가 될 것인가’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런 산업 패러다임 변화 아래 놓여 있다. 글로벌 거인들의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고, 생존 및 성장하려면 독자적인 에이전틱 AI 경험을 창출하고 사용자를 락인(lock-in)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글로벌 AI 모델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독점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를 강화, 한국인의 취향을 반영한 맛집 추천, 복잡한 대중교통 환승 안내, 한국 특유의 행정 절차 처리 등 고도로 현지화된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넘어 AI 검색 엔진 최적화(AIEO), 답변 엔진 최적화(AEO) 시대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 내 서비스, 앱이 AI 에이전트에 쉽게 발견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잘 설계된 API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트너는 “에이전틱 AI는 복잡한 작업을 자동화, 비즈니스 혁신을 도입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한다”며 “2026년까지 기업 워크플로(작업 절차) 50% 이상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원익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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