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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억강부약'과 시장의 보복

입력 2025-08-18 17:14   수정 2025-08-19 01:13

‘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대동세상(大同世上)’.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핵심 국정 철학이다.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는 뜻이다. 억강부약은 삼국지 위지(魏志)에 나오는 구절이고, 대동세상은 공자가 꿈꾼 이상향이다.

세종대왕을 비롯한 조선시대 군주들이 종종 억강부약을 언급했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꺼낸 정치 지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상대 진영에 공격 빌미를 제공해 선거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줄곧 이 말을 써왔고, 2021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통해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기치와 함께 공개적으로 내세웠다. 지난 대선에서도 억강부약을 고리로 한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최근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고용 안전성 제고와 주휴수당 지급,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도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속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의무 전환하는 제도를 법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업주들이 굳이 2년을 채워줄 이유가 없어 이들의 고용이 더 불안해질 것으로 본다. 2년이 지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나아가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현재 1년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를 3개월 이상만 일해도 받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일당을 더 주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등 해외에선 이와 비슷한 제도를 찾기 어렵다. 지금도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초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는데, 이들에게도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줘야 한다면 고용 자체를 더 줄일 수밖에 없다.

경영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강행할 태세인 노란봉투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노사관계에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원청 기업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은 노조의 파업 압박에 더 쉽게 휘둘릴 것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 활동과 투자 위축을 부르고,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기업 사냥꾼’의 공격 대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이들 정책은 모두 약자를 보호한다는 선의를 앞세워 추진되고 있지만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시장은 정부의 정책 목표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약자를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약자를 옥죈 사례는 이전 정부에서도 반복됐다.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그랬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속도가 아니라 정교함이 필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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