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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진중문고 논란

입력 2025-08-18 17:13   수정 2025-08-19 01:13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속에는 군인들이 휴식 시간에 야전 상의 주머니에서 책을 꺼내 읽는 장면이 종종 있다. 독서는 전쟁의 공포를 잊게 해주는 좋은 심리 치료제였다. 당시 군대에서 가장 훌륭한 물자가 페니실린이고, 그다음이 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미군이 병영 도서를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한 것은 1943년부터다. 도서 리스트를 선별하고 미군의 표준 군복 주머니 크기에 맞춘 페이퍼백을 4년간 1억2000만 부를 찍어 보냈다. ‘Armed Services Edition, 진중문고’다.

한국에서는 1978년부터 진중문고 사업이 시작됐다. 국방부에서 서점가 베스트셀러와 군 관련 기관의 추천을 바탕으로 연간 2~4회, 회당 20권 안팎을 선정한다. 책을 비치할 생활관(내무반)이 줄다 보니 지금은 권당 배포 부수가 9685부로, 1만 부가 채 못 된다. 출판사의 군 납품 가격도 시판 정가의 50%다. 그렇다 해도 진중문고 선정은 출판사에는 가뭄에 단비다. 진중문고 물량은 요즘 출판사 초판 1쇄분 1000부의 열 배다. 책값이 2만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1억원대 매출을 단번에 올릴 기회이기도 하다.

진중문고 책들이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올초에는 6·25 참전 언론인들의 증언록 가운데 “민주주의, 진보, 사람 사는 세상은 모두 주체사상을 아름답게 포장한 말” 등의 표현이 문제가 돼 전량 폐기된 적이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이 세 번이나 진중문고 최종 선발에서 탈락한 것을 놓고 진보 문화계에서는 “진중문고가 노벨상보다 더 어렵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른바 극우 교육단체의 추천 도서라는 낙인이 찍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이야기>가 전량 폐기됐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한 달 전 국회에서 이 책을 흔들며 호통을 친 뒤다. 국방부가 책 폐기를 결정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농지개혁을 긍정 평가한 대목을 문제 삼았는데, 6·25 때 박헌영의 말과 달리 남한에서 봉기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농지개혁 덕이지 않았나.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일까 싶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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