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보> (이상일, 2025)
<악인> (2011), <분노> (2017) 등의 작품들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재일한국인 감독, 이상일의 신작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난 타치바나(요시자와 료)가 아버지를 잃은 후 가부키 배우인 한지로(타나카 민)에게 입양되어 일본 최고의 가부키 배우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상일 감독은 <국보>를 통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처음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화에 대한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면 바로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흥행 기록이다. 칸에서의 공개 이후 일본에서 6월 6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기준 무려 747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수익 105억 엔(한화 약 987억 7,875만 원)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흥행 기록으로 <국보>는 역대 일본 영화에서 흥행 기준으로는 3위 (실사 영화)를 차지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잠식 당한 지 오랜 일본영화산업에서 이러한 흥행은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놀라운 기록이다. 단연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큰 관심이 쏠릴 화제작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 <알파> (줄리아 뒤크르노, 2025)
앞서 언급한 <국보>와 마찬가지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었다. 감독 줄리아 뒤크르노는 2021년 <티탄>으로 칸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성 장르영화 감독으로 부상했다. 공개 직전까지 <알파>는 또 한번의 황금종려상이 예측될 정도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호평보다 비평을 더 많이 받은 불운한 작품이기도 하다.
1990년대 에이즈 시대를 향한 풍자를 담고 있는 뒤크르노 식의 바디 호러, <알파>는 그럼에도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영화는 친구들과 장난으로 타투를 한 후 몸이 서서히 석화되는 13세 소녀, 알파의 이야기를 그린다. <로우> (2016), <티탄>을 포함한 뒤크로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알파> 역시 여성의 육체는 영화적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 된다. 예컨대 알파의 몸이 돌처럼 굳어가는 과정은 바이러스 자체보다 병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인해 사회적인 기능을 저지당하는 감염자들의 일상에 대한 은유로 보인다. <알파>가 칸에서 큰 환대를 받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부산의 관객들은 그 반대의 반응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3. <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2025)
올해는 유독 일본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미야케 쇼가 연출하고 한국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여행과 나날>은 지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로써 쇼는 앞서 칸의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하야카와 치에에 이어 일본 작가주의 영화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영화의 대상 수상에 대해서 버라이어티는 “이미 예견된 수상”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영화는 여름과 겨울로 나누어진 두 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름은 여행을 떠난 두 여성이 우연히 해변가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겨울은 시나리오 작가, 이(심은경)가 막힌 글을 쓰기 위해 한 산골 숙소에 머물면서 주인인 벤조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미야케 쇼의 전작, <새벽에 모든> 이 그러했듯, 이번 작품 역시 자연의 움직임만큼이나 느리고 고요한 전개와 분위기가 특징이다. 영화의 이번 로카르노 대상 수상에 더해 한국 배우 심은경과 미야케 쇼의 협업 역시 부국제 관객들의 환호를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작품이다.

4. <산양들> (유재욱, 2025)
(연출한 장편이 2편 미만인 감독들의) 한국독립영화들을 쇼케이스했던 섹션인 ‘비전’이 올해부터는 신인과 기성 감독의 경계를 허물면서 한국과 아시아의 독립영화들로 그 범위를 확장한다. 이번 ‘비전’ 섹션에서는 한국독립영화가 총 12편, 아시아 독립영화가 총 11편으로, 소개할 영화 <산양들>은 선정된 한국독립영화 중 한편이다. 영화는 대입을 앞둔 네 명의 고3 소녀들 ? 인혜, 서희, 정애, 수민이 '산양들'이라는 모임을 통해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작은 동물의 안식처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를 연출한 유재욱 감독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성장 영화에 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전작 <라임 크라임>은 힙합을 통해 성장하는 두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영화와 성장영화의 혼합이라는 흥미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번 <산양들>에서 역시 감독은 10대를 중심으로 한 성장 서사를 그리지만 이번에는 동물영화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서다. 네 명의 소녀를 메인 캐릭터로 한다는 점에서 마치 할리우드 영화, <나우엔덴> (1996)을 연상하게도 하는 <산양들>은 소녀들과 동물의 연대를 통해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지는 성장이 아닌, 생명과의 교감을 통한 성장이라는 서정적이면서도 심오한 메시지를 전한다. 무겁지 않은 독립영화를 보고 싶다면,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작품을 경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5.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짐 자무쉬, 2025)
곧 열리게 될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이다. 아직 공개된 적이 없는 만큼, 트레일러를 포함한 작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짐 자무쉬가 아닌가. 또한 아담 드라이버와 케이트 블랑쇗이 주연이라면 이미 선택의 이유야 충분하지 않을까.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부모와 (장성한) 아이들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는 세 개의 이야기가 담긴 앤솔로지 영화다. ‘파더’는 관계가 소원한 남매 제프(아담 드라이버)와 에밀리(마임 바이알릭)가 유랑 생활을 하는 아버지(탐 웨이츠)를 찾아 뉴저지의 작은 마을로 떠나는 이야기를, ‘마더’는 두 자매, 릴리스 (비키 크립스)와 티모시아(케이트 블랑쉣)가 더블린에 사는 소설가 엄마를 방문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시스터 브라더’는 파리에 살고있는 이란성 쌍둥이, 스카이와 빌리가 마주하게 되는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고 있다. 자무쉬의 신작을 초청한 또 다른 영화제, NYFF (New York Film Festival)의 디렉터, 데니스 림은 이번 작품이 “짐 자무쉬의 최고 작품 중 하나이며, 뭉클하면서도 코믹한, 세련된 가족 드라마”라고 평했다. 짐작컨대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자무쉬가 <브로큰 플라워> (2005), <커피와 담배>(2006) 등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관계와 시간의 스케치가 수려한 드라마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도 혹평받았던 전작 <데드 돈 다이>의 설욕 프로젝트로는 충분하고도 남을 수작이 될 것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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