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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땅 주인, 내땅 밟지 말라"며 소송전…대법 "통행권 인정하라"

입력 2025-08-27 09:36   수정 2025-08-27 14:21


자신의 땅에 둘러싸인 땅의 주인이 그곳을 오가지 못하도록 펜스를 설치한 것은 상대방의 통행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1041㎡ 규모 토지주인 A씨가 인근 토지주 B씨를 상대로 낸 통행 방해 금지 및 주위통지통행권 확인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7일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12월 강제경매로 문제가 된 땅의 소유권을 취득해 수박이나 두릅 등을 경작했다. 이 땅은 마땅한 진입 도로가 없는 맹지(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개발되지 않은 땅)였고, 이 때문에 A씨는 자신의 땅을 오갈 때 2004년부터 B씨에게 소유권이 있었던 땅 일부를 지나다녔다.

이듬해 8월 B씨는 자신의 땅과 A씨의 땅 사이에 펜스를 설치하고, ‘개인 사유지인 관계로 주인의 승낙 없이 모든 통행을 금한다’는 알림판을 세웠다. A씨는 B씨에게 통행을 허락해달라고 했지만, B씨가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B씨의 통행 방해로 수박 12개를 제때 수확하지 못했으니 16만4960원(수박 도매가격 1만3747원 기준 12개 값)를 배상하라고도 요구했다.

소송의 쟁점은 B씨가 A씨의 ‘주위토지통행권(토지가 타인의 토지에 둘러싸여 있을 때 부득이하게 타인의 토지를 통과할 권리)’을 침해했는지였다. A씨는 B씨 땅을 통하지 않고선 자신의 땅에 출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B씨는 대체 통행로가 있다고 맞섰다.

1심은 “A씨가 B씨 땅을 지나지 않고는 자신의 땅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요구되고, A씨의 통행은 B씨에게도 손해가 가장 적은 방법”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통행로의 면적이 B씨 소유 땅 전체에 비하면 넓지 않고,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경작을 위한 소형 농기계, 농업용 수레 등을 옮기려면 B씨 땅을 지나는 통행로가 최소한의 통로라는 점에서다. B씨가 주장한 대체 통로는 흙과 돌, 나무뿌리 등이 드러나 있고 개천 쪽으로 경사가 져 있는 데다 배수로로 움푹 파인 구간이 있어 경작용 장비를 운반하는 데는 지장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2심은 A씨와 B씨 땅을 둘러 폭 1m 상당의 시멘트 포장길이 설치된 점, B씨 땅을 지나는 통행로 역시 경사져 있고 배수로 구간이 있는 점, B씨 땅에도 매실, 오디, 두릅, 산딸기, 블루베리 등이 다수 식재돼 있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B씨 땅을 피해 가는 게 맞는다고 봐 판결을 뒤집었다.

결론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2심이 대체 통로로 인정한 둑길, 임야 등이 통로의 기능을 충분히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사람이 오가는 덴 문제가 없지만, 경작에 필요한 장비를 옮기기엔 매우 어려운 길이라며 1심과 판단을 같이 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은 그 토지 소유자가 주위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않으면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도 인정할 수 있고, 이미 기존 통로가 있더라도 실제로 통로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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