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마침내 넷플릭스 역대 콘텐츠 중 누적 조회 1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기준 누적 시청 수 2억9150만 회로 ‘오징어 게임’ 시즌1(2억6520만 회)을 제쳤다.K콘텐츠에 세계가 열광하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케데헌의 글로벌 흥행은 왠지 모르게 낯설다. 제작사가 일본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데헌이 그 어떤 K콘텐츠보다 한국적이라는 점은 놀랍다. 케데헌을 둘러싼 낯섦과 놀라움은 영화를 만든 매기 강 감독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 나서 해소됐다.
이런 성장 배경은 그에게 자연스럽게 ‘문화적 혼종성’을 부여했다. 완전히 한국적이지도, 완전히 서구적이지도 않은 그 중간 정도의 정체성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케데헌도 한국 문화와 서구 문화의 정수가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강 감독은 K팝의 세계관과 팬덤 문화, 그리고 저승사자와 같은 한국적 요소를 해외 관객이 낯설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서구 문화권에서 친숙한 슈퍼히어로 장르로 쉽고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한국 근현대사의 소외된 단면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 ‘파친코’ 역시 한국계 1.5세대 이민자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2017년 출간된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재일 한국인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소설을 쓴 이민진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케데헌과 파친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문화적 혼종성은 문화의 희석이 아니라 새롭고 강력한 창작의 원동력이다. 내부자이자 외부자인 강 감독과 이 작가는 양쪽의 시각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기에 한국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두 작품의 성공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새롭고 탈중심화된 K웨이브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향후 10년간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K콘텐츠는 서울뿐만 아니라 런던, 상파울루, 뉴욕 등 세계 어느 곳에서든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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