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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최대 67% 감축 공론화...산업계, 탄소감축 압박에 우려

입력 2025-10-02 06:01  

[한경ESG] -이슈


정부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을 최대 67% 줄이는 구상을 공론화하면서 산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에 직접적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목표치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한국의 산업 전략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동시에 시험대에 올린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까지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되는 가운데 탄소감축 드라이브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35년 67% 감축목표 논란

환경부가 9월 초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보고한 업무보고에는 4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다. 40%대 중·후반, 53%, 61%, 67% 감축안이다. 산업부는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40%대 중·후반을 내세웠지만, 환경부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최대 67%도 업무보고에 담은 것이다. 환경부는 “67%는 정부의 확정 목표치가 아니라 공론화에 넣을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요구치가 공식 정부 보고서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책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에너지 전환 전문가는 “정부가 국회에 보고하는 공식 문서에 67%를 넣은 것 자체가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67% 감축률을 달성하려면 올해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3695만 톤을 감축해야 한다. 지난해 감축량의 2배(1419만 톤)가 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조기 도입, 탄소 포집 및 저장·활용(CCUS) 기술 확대,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등으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철강·석유화학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거나 “사실상 제철소와 NCC(나프타분해시설) 가동을 멈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부처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도 새 정부의 탄소감축 가속화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전력 정책 기능까지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는 산업부가 에너지 안보와 공급 안정성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환경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감축을 맡아 서로 견제하는 균형이 유지됐지만, 개편 이후에는 탄소감축 강화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국 NDC 변천사

한국 등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5년마다 탄소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20년 ‘2030 NDC’(목표치 40%)를 제출한 한국은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11월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첫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등장했다. 당시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대비 20% 감축을 발표했다. BAU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의 예상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실질적 감축이 아닌 장부상 수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이 목표를 확대해 2030년까지 BAU 대비 37% 감축을 확정하며 한국의 첫 공식 NDC를 유엔에 제출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감축 의지를 밝힌 첫 사례지만, 여전히 BAU 방식을 고수해 신뢰성 논란은 해소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방식을 전환했다. BAU 대비가 아니라 2018년 실제 배출량을 기준으로 절대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그 결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여야 하는, 과거보다 훨씬 엄격한 목표가 설정됐다. 이 방식은 국제적으로도 투명성을 인정받았지만, 국내 산업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목표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세부 배분을 조정했다. 산업 부문 감축목표를 14.5%에서 11.4%로 낮추는 대신 국제 감축분 등을 늘려 총량을 맞추는 식이었다. 이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지만, “해외 감축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상 할당 확대와 기업 부담 커져

NDC 상향은 곧바로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유상 할당 확대와 연결된다. 현재 한국은 발전·산업 등 부문에 상당한 비중의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주요 기업은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 허용량의 10%는 정부에 돈을 주고 사고(유상 할당), 나머지 90%는 공짜(무상 할당)로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10%인 유상 할당 비율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4차 배출권 할당계획(2026~2030년)’을 두고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4차 배출권 할당 계획의 타깃은 발전사다. 이들의 유상 할당 비율은 현재 10%에서 매년 10%p씩 뛰어 2029년 50%로 높아진다. 그러나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탄소배출권을 사기 위해 발전기업의 경우 수백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전체 발전사가 내는 비용은 현재 2000억 원가량에서 1조 원 안팎으로 5배 늘어난다. SK E&S와 포스코인터내셔널, GS파워 등 민간 사업자의 부담도 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유상 할당으로 얻은 경매 수익금을 기후 대응 기금으로 편성해 탄소중립 정책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발전 부문 유상 할당 확대는 전력 생산 비용을 끌어올려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유상 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50%까지 높이면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약 5조 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 역시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이 커지면서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4차 계획안은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제조업 중심인 비발전 회사의 유상 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내년부터 15%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탄소배출권 구입 금액은 현재 5400억 원에서 2029년 1조5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실제 부과금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기업 사정을 고려해 정하는 조정 계수와 벤치마크(BM) 계수 등을 적용하면 해당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감축목표가 상향되고, 무상 할당 물량이 줄어들면 시장 논리에 따라 배출권 평균 가격이 올라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탄소감축 압박이 강화될수록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고 국내 투자를 줄이려는 ‘탈(脫)한국’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경제계가 크게 걱정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가 뒤따르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특히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구조 전환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국제 감축분 활용 확대 등 보완책 없이는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리안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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