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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소통하라…이곳은 '찬미의 공간'

입력 2026-02-05 17:27   수정 2026-02-06 02:10

인류의 역사는 거창한 전장이 아니라 작은 화덕 앞에서 시작됐다. 호모에렉투스가 불을 발견하고 그 앞에 둘러앉아 음식을 익히던 순간, 불은 생존의 도구이자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온기였다. 그 뜨거운 에너지는 때로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위협이었다. 그래서일까. 인류의 집 한가운데 자리하던 화덕은 점차 집 밖으로 밀려났다.

오랫동안 주방은 고립된 노동의 공간이었다. 연기와 열기, 위태로운 불꽃으로 뒤엉켜 일상의 그늘진 뒤편에 자리했다. 한국의 근대 주거 문화에서도 부엌은 어둡고 외로운 곳이었다. 1960년대 초창기 아파트는 현관 옆 아궁이를 지나야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1980~1990년대 주방은 거실 옆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곳에서 등을 돌린 채 일하는 사람은 여전히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주방이 다시금 집의 심장부로 돌아왔다. 산업화에 따른 경제 성장으로 삶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장소를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주방의 문법을 완전히 바꿔놨다. 고립된 벽이 허물어지고 거실과 주방이 하나로 연결된 ‘LDK(living·dining·kitchen) 구조’가 일상이 되면서 주방은 이제 하루의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무대로 탈바꿈했다.

주방의 쿡톱과 개수대는 더 이상 차가운 벽을 향하지 않는다. 가족의 눈을 맞추고 대화 속에 스며드는 ‘아일랜드 키친’은 요리하는 사람을 관계를 주도하는 주인으로 만든다.

공간의 성격이 바뀌자 주방을 채우는 가구도 하나의 예술품이 됐다. 천연 대리석의 묵직한 질감과 원목의 부드러운 나뭇결은 그 자체로 거주자의 취향과 미감을 드러낸다. 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적인 갤러리가 된 셈이다.

인류학자는 우리를 ‘호모코쿠엔스’(요리하는 인간)로도 부른다. 요리를 통해 뇌가 발달하듯 우리가 주방에서 칼을 잡고 불을 다루는 것은 어쩌면 본능적인 진화 과정일지도. 주말마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즐거움, SNS를 통해 레시피를 공유하는 유희, 할머니의 손맛을 소환하는 향수는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오늘 무엇을 먹을까”라는 사소한 질문이 시작되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진정한 휴식과 연결을 완성한다.
대리석 가공한 '미노티쿠치네', 극강의 화려함 '카를 라거펠트'…
주방, 생활 예술 공간으로…명품 주방 가구가 그려낸 '키친의 미래'
‘주방은 무엇일까. 미래의 집은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나.’

명품 주방가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안에는 브랜드마다 각기 다른 시간과 철학, 그리고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겹겹이 쌓여 있다. 주방은 집에서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요리와 식사 공간이자 가족 소통의 중심일까. 미래의 집은 어떤 여정을 그려갈 것인가.

‘미노티쿠치네’는 그 질문을 가장 오래 붙들어온 이탈리아 브랜드 중 하나다. 1949년 아드리아노 미노티가 설립한 이 브랜드는 1999년 아들 알베르토 미노티에게 계승되며 철학을 더욱 명확히 했다. 지중해적 미니멀리즘과 본질주의에 뿌리를 둔 디자인은 베네토 지역의 성당과 건축물, 피렌체 회화, 비잔티움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장식을 배제하고 점·선·면의 기본 요소만으로 완성된 주방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낡지 않는다. 돌, 나무, 금속 그리고 물과 불. 시간을 초월하는 소재로 존재의 본질을 고찰하는 미노티쿠치네의 공간은 인간과 삶에 대한 근원적 가치를 일깨워준다.

대형 원석을 한 판으로 가공하는 기술은 미노티쿠치네의 상징이다. 베네토 지역에서 이어져온 대리석 가공 기술은 브랜드의 자부심이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희소성의 근거다. 세계 최고가 천연 대리석 주방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노티쿠치네의 ‘인클라인’은 이런 철학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자연 원석과 올 스테인리스 스틸만 사용한 아웃도어 주방이다. 싱크대와 쿡톱, 수납장을 하나의 덩어리로 구현했다. 그 자체로 식탁은 자연을 담은 오브제가 된다. 자연석을 그대로 채집해 사용하는 방식은 동일한 패턴의 반복을 거부한다. 인클라인은 기능을 넘어 ‘자연을 소유한다’는 개념에 가까운 주방이다.

‘라마쿠치네’는 문화, 예술 그리고 패션의 도시인 밀라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밀라노의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력으로 만들어진다. 패션과 같이 그것을 소구하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주방을 제작한다. 그중에서도 ‘셈피오네’는 단순함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중해 석양 같은 오렌지빛에 블랙 컬러를 한 방울 떨어뜨린 듯한 색상에서 나오는 우아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이솔라’는 건축 개념의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열린 공간을 디자인하듯, 그리고 동시에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무늬 결을 살리면서 입체감 있는 소재를 사용해 자연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던한 디자인의 ‘토르토나’는 산업화 이후 지어진 건축물의 건축양식처럼 산업 공간의 건축 미학을 느끼게 한다. 키 큰 장 유리 도어와 일반 도어는 마치 이탈리아 건축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어의 볼륨감 넘치는 무늬로 포인트를 주면서 깔끔한 선을 살린 디자인으로 모던함에 멋스러움까지 갖췄다.


명품 브랜드 ‘펜디’는 단순함 속의 세련됨을 추구하는 주방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요소만 강조하는 디자인, 천연 소가죽·대리석·스테인리스 스틸·원목 등 프리미엄 소재를 활용해 시각적 포인트와 트렌디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자체 맞춤형 케어 서비스와 하이엔드 고객 대상 서비스를 통해 단순 제품을 넘어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싱크대와 서랍장 등을 포함한 가격이 수억원을 넘어서는 최고급 브랜드다.

샤넬 디자이너로 유명한 카를 라거펠트가 만든 주방 가구는 네로 안티코 대리석, 빈티지 스틸, 블랙 유광 라커 등 다양한 럭셔리 소재를 조합해 주방을 하나의 ‘생활 예술’로 표현한다. 대리석과 금속의 대비는 공간에 건축적 리듬을 부여한다. 기능과 스타일이 분리되지 않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1959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시작된 ‘페발카사’는 도어는 5만 회, 하부 서랍은 8만 회의 개폐 테스트를 거칠 만큼 완벽함을 추구한다. 주문과 동시에 생산하는 저스트인타임 방식과 자동화된 재고 관리 시스템은 이탈리아 가구산업의 생산 방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매출 4000억원 규모의 콜롬비니그룹이 페발카사를 인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다양한 각자의 시선과 역사 속에서 명품 주방 가구가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같다. 주방을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장소로 만든다는 것. 장식보다 본질, 유행보다 시간, 기능과 아름다움의 분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주방은 그렇게 오늘도 조용히 기준을 다시 쓰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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