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과 대중교통체계 개편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집값 급등의 원인을 '관리 실패'로 규정하며 오세훈 시장을 향해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번복으로 공급 신호의 일관성이 무너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졌고, 집값 폭등이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스 준공영제에 대해서도 "단순 보완을 넘어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중교통 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수동 발전 모델을 서울 전역으로 확장하는 아이디어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재구조화 방안 등도 함께 밝혔다. 다음은 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집값 급등과 시장 혼란의 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부동산 문제는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공급 신호가 일관되지 못했던 점이 큽니다. (오세훈 시장이) 전임 시장 탓을 하는데, 통계를 보면 다릅니다. 오 시장 10년과 박원순 전 시장 10년을 비교하면, 아파트 기준 연평균 공급량으로 오 시장 때 약 3만세대, 박 전 시장 때는 약 4만세대입니다. 단순히 전임 시장 탓으로 돌리기 어렵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35일 만에 재지정한 것 역시 잘못된 신호였습니다. 시장은 불안하면 폭락 아니면 폭등으로 가는데, 결국 폭등으로 간 겁니다.”
▶해법은 무엇입니까.
“부동산 정책은 수요와 공급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정부는 공공부지를 통한 공급, 서울시는 민간 공급을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엇박자가 난 측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정책엔 그늘이 있기 때문에, 늘 정부와 의논하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적으로는 500세대 미만의 정비사업은 자치구에 권한을 넘겨 속도를 내야 합니다. 역세권 용적률을 대폭 올려 청년·신혼부부가 접근 가능한 민간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한 구상안도 언급하셨습니다.
“예컨대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가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전세금 5억원을 내고 입주했을 때 지금은 집값이 오르면 그냥 내쫓길 수밖에 없죠. 그게 아니라 이 5억원으로 50% 지분을 취득한 뒤 돈이 모일 때마다 지분을 추가 적립하는 식으로 간다면 집값 상승에 맞춰 자산 가치도 불릴 수 있게 됩니다.”
▶이미 확정된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도 검토하십니까.
“구역과 계획이 확정된 사업이라면 불필요한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이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다만 시가 공개적으로 규제 완화를 먼저 제안하는 방식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해 공동 메시지를 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에 포함된 용산·태릉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관련해 서울시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어떤 개발이든 주민 반대 의견은 반복적으로 제기됩니다. 절차를 통해 조정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정부와 협의해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부를 향한 날을 세우다 보면 시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태릉CC, 세운4구역 등의 개발과 관련한 세계유산영향평가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칙은 단순합니다. 세계문화유산 인근에서 개발을 추진하려면 유네스코 기준에 따른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먼저 받고, 그 결과에 맞춰 건물 높이와 밀도 등을 조정하면 됩니다. 현재 서울시는 세운4구역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공급정책에 발맞춰 차질 없이 이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벽돌 건물을 지키도록 한 이른바 ‘붉은 벽돌 조례’ 덕분에 지금의 ‘힙한 성수동’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차기 성수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현재의 성수동은 완결형이 아닙니다. 10년 후엔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 도시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성수 타운매니지먼트’를 도입했습니다. 기업·임대인·임차인·주민·행정이 함께 지역을 관리하는 모델입니다. 뉴욕 타임스퀘어나 도쿄 마루노우치 지구가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성동구 활성화 정책을 서울 전체로 확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서울은 지방과 경쟁하는 도시가 아니라, 국제 도시와 경쟁해 외화를 벌어와야 합니다. 인공지능(AI)·정보기술(IT)·문화 인재가 모이는 ‘동양의 AI 수도’가 돼야 합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도 실질적인 국제업무지구로 기능하려면 비자·조세 특례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불편함 없이 사업하고 일할 수 있게끔 바탕을 조성해야 합니다.”
▶구청장님의 DDP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외관적으로는 훌륭하지만 활용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돔구장이었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컸을 겁니다. 지금은 건축물 사진만 찍고 떠나는 공간이 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시설을 철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콘텐츠를 재구조화해 인근 상권에 실질적 영향을 주도록 재편해야 합니다.”
▶시내버스·마을버스 운영 개선 방향은요.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 및 수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전철을 기본 축으로 하고,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수익 노선은 민영으로 두되 비수익 노선은 공공버스를 도입하는 이원화 모델이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중복 노선만 정리해도 재정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봅니다. 준공영제에서 시내버스 적자 보전 기준이 되는 표준운송원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버스 운행에 드는 비용은 물론 업체의 이윤까지 서울시가 100% 보전하는 구조에서는 업체들의 경영 효율화나 비용 절감 동기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표준운송원가 산정 시 이윤 보전 조항을 삭제해 재정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버스 기사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후퇴하지 않도록 표준 노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장치도 필요하겠죠. 2년이면 기본적인 개편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추진하시겠습니까.
“만약 제가 시장이 된다면 임기 내 완수할 수 없는 거대 프로젝트보다 시민이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위주로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겠습니다.”
강현우/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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