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에서는 이란 드론이 해수 담수화 시설을 처음으로 공격해 일부 설비가 손상됐다. 지하수 수원이 고갈된 바레인은 생활용수를 해수 담수화에 의존하고 있다. 100여 곳의 담수화 공장에서 식수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바레인 입장에서 담수화 시설 타격이 국가 존립에 직결되는 사안인 이유다.
다른 중동 국가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는 식수·생활용수 99%를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얻는다. 쿠웨이트는 90%, 오만은 86%, UAE와 이스라엘은 각각 80%, 사우디는 70%를 담수화에 의존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레인의 담수화 시설 피격을 계기로 중동에서 생존 인프라가 전쟁의 표적이 되는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후 주변국 미군 기지 등을 겨냥해 보복 공습을 가했다. 타격 범위가 공항과 호텔, 에너지 시설 등 민간 인프라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중동 내 미국 동맹국에 전쟁 부담을 줘 미국의 작전 중단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 지도자들이 걸프협력회의(GCC)를 중심으로 한 외교 공조를 통해 전쟁의 출구를 마련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란 지도부가 이 같은 부담을 감안하고 미국에 대한 항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담수화 시설 공격은 종전 이후에도 이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며 “그럼에도 관련 국가에 고통을 강요해 미국에 우회적으로 피해를 주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도부 상당수를 제거했음에도 이슬람 강경파인 혁명수비대의 이란 내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보도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혁명수비대는 최상층 지휘부가 사라졌음에도 이란 내 경제·정치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란 사회 전반에 깔린 장악력이 상당해 일부 지도부 제거에도 존립이 크게 위협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협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드론과 소형정, 미사일 등을 동원해 위협을 간헐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주변국 긴장을 계속 자극한다는 시나리오다. 해운 전문 매체 로이드리스트는 “(호르무즈해협) 통과가 아니라 이란의 허가를 받은 배만 들어오게 해 원유 물동량을 10~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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