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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지정, 권한 남용"…美 정부에 소송 건 앤스로픽

입력 2026-03-10 17:30   수정 2026-03-10 17:3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자사를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미 전쟁부(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앤스로픽은 해당 조치가 법적 근거 없는 행정권 남용이자 전쟁부 지시에 불복한 데 따른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앤스로픽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전쟁부를 비롯한 연방기관 18곳과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등을 피고로 한 소송을 냈다. 앤스로픽은 법원에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 조치를 취소해줄 것과 연방기관에 자사 AI 모델 ‘클로드’ 사용을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이 위헌임을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앤스로픽이 제기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의 적법성이다.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은 적대 세력이 국가 안보 목적의 정보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전복할 위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앤스로픽은 자사가 이 같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쟁부가 국방생산법을 발동해 앤스로픽 기술을 강제 징발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자사 기술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자사를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6개월 동안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도록 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앤스로픽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보복 조치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쟁부와 앤스로픽의 갈등은 전쟁부가 ‘모든 합법적 용도’(all lawful uses)로 클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앤스로픽은 자사 AI를 대규모 국내 감시와 자율 살상 무기에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앤스로픽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앤스로픽)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됐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개처럼 해고했다”고 발언한 점을 이번 조치가 보복 성격임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했다.

앤스로픽은 전쟁부에 클로드가 이런 용도로 시험된 적이 없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공급업체로의 업무 이전을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경쟁사 오픈AI와 구글 소속 AI 전문가 37명도 앤스로픽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선도적인 미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복은 미국이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전례 없는 행정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은 주로 미국의 적대 세력을 대상으로 내리는 조치다. 미국 기업이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연방기관의 앤스로픽 AI 사용 금지 조치를 공식화하는 행정명령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오스는 특정 미국 기업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내용의 명령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연방총무청은 앤스로픽과의 계약을 종료했고 재무부, 국무부, 연방주택금융청도 앤스로픽과 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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