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안한 쿠폰 환급 안돼"…여기어때-공정위 '정면충돌'

입력 2026-03-26 16:34   수정 2026-03-26 16:46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쿠폰 갑질' 논란이 항소심에서도 정면으로 맞붙었다. 앱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 비용이 플랫폼 돈인지, 입점업체 돈인지에 따라 위법성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등법원은 26일 여기어때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소송 1차 변론을 열었다. 해당 사건은 공정위가 여기어때의 '광고상품+할인쿠폰' 구조를 문제 삼아 시정명령과 약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구조는 다음과 같다. 숙박업체가 광고상품을 구매하면 플랫폼이 할인쿠폰을 붙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데, 이 쿠폰이 다 사용되지 않더라도 남은 금액을 업체에 돌려주지 않고 소멸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쿠폰 유효기간이 짧아 실제로 다 쓰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이 구조를 겉으로는 플랫폼이 할인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광고비 안에 쿠폰 비용이 포함돼 있어 입점업체가 부담한 것으로 봤다. 즉, 점주 돈으로 할인행사를 하면서 남은 비용은 돌려주지 않은 셈이라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를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입점업체에 손해를 떠넘긴 행위로 보고 제재했다.

반면 여기어때 측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놨다. 할인쿠폰은 회사가 자체 비용으로 제공한 판촉 수단일 뿐, 광고상품과는 별개라는 주장이다. 광고비는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플랫폼이 추가 비용을 들여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이므로, 입점업체가 쿠폰 비용을 부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정에서도 양측은 이 '비용 부담' 문제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공정위 측은 광고상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쿠폰 금액도 함께 증가한 점을 근거로 "쿠폰 비용이 광고비에 포함된 구조"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기어때 측은 "쿠폰은 판매가 아니라 판촉이며, 입점업체가 따로 구매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 역시 이 사건을 "사실관계보다는 평가의 문제"라고 정리했다. 쿠폰이 광고상품에 포함된 비용인지, 아니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인지에 대한 법적 해석이 판결을 좌우할 핵심이라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플랫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광고와 할인 혜택을 결합한 구조는 숙박 플랫폼뿐 아니라 이커머스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프로모션 비용을 입점업체에 전가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유사한 사업 모델의 적법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추가 쟁점 정리를 주문하고 다음 변론기일은 5월 21일로 지정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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