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비결은? 디자인 외교의 힘

입력 2026-03-29 11:34   수정 2026-03-29 11:35

이탈리아 가구 산업의 허브이자 글로벌 디자인 지형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가 4월 21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본지는 마리아 포로 회장과의 독점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녀가 역설하는 박람회의 미래 전략과 올해의 결정적 장면을 미리 소개한다.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 2026 하이라이트

1961년 내수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고 가구 제조의 탁월함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 이탈리아 목재 가구 산업연합회인 페데를레뇨아레도(FederlegnoArredo) 내 선구적인 기업들이 힘을 모았다. 이들은 박람회 전담 기구인 코스미트(COSMIT, Comitato Organizzatore Salone del Mobile Italiano)를 발족했는데, 이러한 결단은 오늘날 밀라노를 세계 디자인 지형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지로 기능하게 한 기점이 되었다.

그렇게 닻을 올린 가구 박람회는 1974년 주방 가구 및 시스템을 망라하는 ‘유로쿠치나(EuroCucina)’와 1976년 조명 전문관 ‘유로루체(Euroluce)’를 격년제로 도입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1998년에는 ‘살로네사텔리테(SaloneSatellite’)를 론칭, 신진 인재들의 등용문을 자처하며 지금까지 14,000명 이상의 인재를 배출했다.

64회째를 맞이하는 본 행사는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피에라 밀라노, 로(Fiera Milano, Rho)에서 개최된다. 이미 전 구역이 매진된 169,000㎡ 규모의 전시장에는 32개국 1,900여 개 업체가 참가하며, 약 30만 명의 관람객과 5,000여 명의 다국적 기자들을 모을 예정이다. 이처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배경에는 무역 박람회의 틀을 넘어 국가적 문화 자산으로 진화해 온 그만의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에디션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살로네 라리타스(Salone Raritas)’의 등장이다. 라틴어로 ‘희소성’을 뜻하는 이 특별한 섹션은 한정판 디자인, 장인 정신이 깃든 수공예품과 앤티크를 두루 소개한다. 이곳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은 럭셔리 호스피탈리티와 하이엔드 주거 공간의 품격을 결정짓는 오브제를 선보이며, 결국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오래도록 간직될 가치’에 있음을 시사한다.



밀라노 밖, 리야드에서 마이애미까지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는 글로벌 디자인 커뮤니티와 더욱 밀도 있게 교류하며, 그 외연을 확장 중이다. 특히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및 홍콩과 맺은 3년간의 파트너십은 디자인과 예술, 나아가 하이엔드 자산 시장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구축하려는 영리한 포석이다. 전 세계 주요 컬렉터, 큐레이터와 투자자들이 모이는 아트 바젤 내 ‘컬렉터스 라운지(Collectors Lounge)’를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들로 채움으로써, 문화적 담론 형성과 실질적인 경제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철저히 시장 지표에 근거한다. 페데를레뇨아레도 연구 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탈리아 목재 가구의 대미 수출액은 약 3조 6,500억 원(21억 유로)을 상회하며, 비유럽권 최대 전략 요충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2030년까지 미국의 GDP가 10.4%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마이애미는 최근 몇 년간 최고급 주거 및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며 이탈리아산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를 견인한다.

참고로 2025년 이탈리아 목재 가구 산업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약 90조 7,500억 원(522억 유로)을 기록했다. 이 중 37%를 차지하는 해외 수출액은 약 33조 5,700억 원(193억 유로)에 달하며, 변동성이 큰 국제 정세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의 시선은 이제 중동으로 향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내건 약 1,200조 5,000억 원(7000억 유로) 규모의 수출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이의 핵심 거점으로 낙점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압둘라 금융 지구에서는 오는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살로네 델 모빌레가 처음으로 열린다. 본 행사에 앞서 이미 심층적인 시장 조사와 함께 로드 쇼인 ‘레드 인 프로그레스’를 통해 이탈리아 기업과 현지 의사 결정권자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전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국가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하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대규모 신도시와 주거 모델 개발, 관광 인프라와 박물관을 포함한 공공 문화 공간 설립 중으로, 고도화된 디자인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탈리아 가구 수입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약 3,900억 원(2억 6,400만 달러)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디자인의 가치가 도시 재생과 서비스 혁신으로 확장되며 다층적인 산업적 이익을 견인하는 곳 '살로네 델 모빌레.밀라노'의 마리아 포로 회장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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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살로네 라리타스’의 론칭입니다. 이 새로운 시도의 배경과 갤러리 선정 과정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이는 디자인 환경의 근본적인 지각 변동을 포착하며 탄생했습니다. 컬렉터블 디자인과 예술, 건축 간의 탈경계화가 가속화되며, 한정판 피스들은 개인의 소장 가치 이상으로, 하이엔드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문화적 깊이와 장인 정신, 작품의 독보적인 내러티브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으며, 무엇보다도 박람회라는 거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희소성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했습니다."



▷ 이처럼 희소가치를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는 행보는, 앞서 언급한 약 1,200조라는 국가적 수출을 견인하는 ‘이탈리아의 3F(퍼니처, 패션, 푸드)’ 중 가구 산업의 대표 행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선구적인 통찰을 보여줍니다.

"저의 최우선 과제는 박람회를 전방위적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격상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제조업, 기술 및 연구 기관과 국제 시장을 잇는 글로벌 허브를 지향합니다. 급변하는 경제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예측하여, 이탈리아 기업들이 압도적인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토양을 다지는 것이 소명이지요."

▷ 그러한 소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무역공사(ITA)와의 파트너십 역시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전 세계에 포진한 이탈리아 무역공사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는 현지 시장 진출의 강력한 동력이 되어줍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신시장을 개척 중인 유력 투자자와 개발자를 식별하고 타깃팅할 수 있습니다."

▷ 시장 확장을 위한 파트너십 중에서도 특히 ‘아트 바젤’과의 협업이 화제입니다. 예술계에 발을 들인 확신의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아트 바젤의 빈첸초 데 벨리스(Vincenzo de Bellis) 디렉터와 대화하며,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고립이 아닌 소통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디자인은 현대 미술 및 컬렉팅 영역과 궤를 같이합니다. 예술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찾는 컬렉터스 라운지에 이탈리아 디자인을 배치한 것은,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생태계 속 연결고리를 구축함을 뜻합니다."



▷ 말씀하신 컬렉터스 라운지에서 이탈리아 가구는 ‘수집 가치가 있는 오브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합니다. 라운지의 배경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큐레이션에서 고심한 대목은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디자인 자체가 서사의 중심이 되도록 의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디자인의 깊이와 제조 역량을 상징하는 브랜드들을 엄선하고, 스튜디오 리소니(Studio Lissoni)와 협력해 각각의 제품이 마치 박물관의 소장품 같은 권위를 지니도록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 아울러 11월 말에는 리야드에서의 공식 데뷔를 예고하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도시 모델을 설계하는 파트너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나요?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도시와 문화 전반에 걸쳐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페어의 개최 및 제품 수출이 아닌 현지 디자인 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이탈리아의 오랜 전통과 제조 노하우, 장인 정신이 새로운 정체성을 향한 열망을 지닌 사우디아라비아의 역동성과 만날 때 생산적인 시너지를 내고 혁신적인 산업 모델을 생성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마이애미와 홍콩, 리야드는 물론이고, 인도 뉴델리와 뭄바이에서도 로드쇼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간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시와 강연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셨는데요, 이 방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공통된 가치는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도 말씀해주세요.

"모든 시장에 적용되는 단 하나의 공식은 없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원칙은 있습니다. 바로 서로 다른 생태계를 의미 있게 연결하는 것이죠. 밀라노에서의 연례행사에만 안주하지 않고, 세계 곳곳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지역 고유성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기술적 정교함과 높은 안목이 결합된 역동적인 시장입니다. 특히 한국의 품질 지향주의는 이탈리아 디자인이 지향하는 가치와 매우 닮아 있지요. 앞으로 더욱 지속 가능한 관계를 쌓아가고 싶습니다."

밀라노=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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