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사용자성 판단 신청 줄취하 왜

입력 2026-04-07 17:56   수정 2026-04-08 01:36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도 안 돼 노동위원회에 150건 넘는 ‘사용자성’ 판단을 신청한 하청 노동조합들이 최근 사건을 대거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실적 쌓기식’ 신청을 했다가 불리한 판정을 받기보다 자료를 보완해 재신청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정이 길어지는 만큼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 혼란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노동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교섭요구사실 미공고 시정 신청 159건 가운데 45%인 71건이 취하됐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93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무더기 신청했지만 전날 49건을 취하했다. 민주노총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도 17건 가운데 12건을 철회했다. 사용자성 판단과 관련한 또 다른 절차인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전체 114건 가운데 27건이 취하됐다. 공공돌봄노조는 신청한 16건을 모두 거둬들였다.

노조가 신청을 대거 취하한 것은 자칫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정이 내려지면 다른 사업장에도 불리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사건을 판정하는 노동위가 일부 사건에서 교섭 의제 미비 등으로 보정을 요구한 사례가 나와 일단 신청부터 하고 보는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입증 자료가 부족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노동위로부터 자료를 보완해 재신청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앙노동위가 “일부 하청노조와의 분쟁에서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은 중앙노동위의 판정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도 노조가 취하 후 재신청으로 전략을 변경한 요인으로 꼽힌다. 원청 기업들이 중앙노동위의 항소 이유를 교섭 회피 논리로 활용하자 노조가 법리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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