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AI 시대 詩가 생존하려면 인류의 불안·피로 풀어줘야"

입력 2026-04-10 18:21   수정 2026-04-10 23:32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

10일 충남 공주 나태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100만 부 출판 기념회 겸 시인의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2015년 출간된 이 시집이 10여년 만에 ‘밀리언 셀러’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출판 불경기 속 단일 시집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출판사 지혜에 따르면 이 시집은 국내에서 87만부, 일본에서 13만부 이상 팔렸다. 중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에서도 출간된 만큼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00만 부를 훌쩍 뛰어넘었다. 나태주 시인은 이날 “참으로 저에겐 기적의 책”이라고 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작품 가운데 인터넷과 SNS에서 자주 인용되는 시들을 직접 골라 엮은 시집이다. 이 책은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예스24에 따르면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판매된 시집이다. 최근 10년 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도 약 5개월간 동안 이름을 올렸다.

대표작 ‘풀꽃’의 인기도 흥행을 견인했다. 이 시는 2012년 서울 광화문글판에 실리며 널리 알려졌다. 시민들이 가장 사랑한 광화문글판으로 꼽히는 등 꾸준히 회자됐다. BTS(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소개한 것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의 ‘텍스트힙’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스24에 따르면 작년 10~20대의 시집 구매량은 전년(2024년) 대비 51.9% 증가했고, 특히 10대 독자의 시집 구매량은 전년 대비 97.2% 급증했다.

나태주 시인은 이날 시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컴퓨터, SNS,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시의 생존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며 “시인만의 독단적인 언어에서 독자와 소통하는 언어로, 오늘날 세상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저한 관심을 가진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인류가 처한 불안, 우울, 피로, 소외, 갈등, 불면, 열패감, 빈곤감에 도움을 주는 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100만부 판매 돌파를 기념한 특별판도 나왔다. 나태주 시인은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그 자신 오래 살아남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며 “육신의 목숨이 다한 후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작품이 세상에 남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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