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의사를 겨냥한 영업에서 벗어나 소비자 마음을 사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약을 제품처럼 소비하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주요 전장이 되며 소비자 마케팅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시장 주도권을 놓친 노보노디스크가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초콜릿 브랜드로 잘 알려진 글로벌 식품기업 마즈의 포울 바이라우크 최고경영자(CEO)를 이사회 참관인으로 선임했다. 내년에는 비상임 이사로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미국시장책임자에는 프록터앤드갬블(P&G) 출신을, 또 다른 신임 이사회 구성원 자리에는 H&M 임원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판매 전략도 뜯어고쳤다. 노보노디스크는 원격의료 플랫폼과 협업해 약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힘스앤드허스, 웨이트워처스 등과 손잡고 직판 채널을 넓히는 동시에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노보케어’를 운영 중이다. 구독 모델과 가격 인하 전략도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3개월, 6개월, 12개월 구독 옵션을 발표했다. 미국의 자비 부담 환자가 위고비 주사제를 맞으면 연간 최대 1200달러(약 179만원)를 아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시장 대응이 늦었다는 내부 반성에서 출발했다. 2년 전만 해도 노보노디스크는 체중 감량 치료제 기대감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6500억달러까지 치솟으며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현재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을 보유하고도 유럽 3대 제약그룹에 들지 못한다. 지난 1년간 주가가 반 토막 났고 기업가치 역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스위스 로슈와 노바티스보다 크게 낮아졌다.
FT는 “경쟁사 일라이릴리는 젭바운드, 마운자로를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과 높은 효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며 “노보노디스크는 수요 폭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공급 부족 사태와 복제약 확산에도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내부 출신 마이크 두스타르 CEO도 회사가 시장 변화, 특히 의약품의 소비재화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SNS로 정보를 얻고 직접 약을 찾는 경향이 강해 기존 의료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인도와 중국 등을 중심으로 저가 복제약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와 소비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에 제약회사가 앞장서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약이 치료보다 미용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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