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사태 막는다?…금감원 TF 엇나간 진단 [김유림의 바이오핀셋]

입력 2026-04-14 16:53   수정 2026-04-20 09:30



‘2조3000억원 vs 130억원’

삼천당제약은 지난 10년간 총 42회에 걸쳐 정정공시를 반복했다. 이 기간 회사가 특정 계약을 통해 제시한 매출 전망과 투자 유치 금액을 합치면 약 2조3000억원을 웃돈다. 그러나 해당 공시와 관련해 실제로 인식된 매출은 지난해 기준 134억원에 그쳤다. 통상 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매출에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대치와의 괴리가 크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회사의 기술 실체를 둘러싼 의혹으로 올해 주가가 요동친 삼천당제약과 같은 사태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당국의 현 상황 인식은 사태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
‘정정 반복’으로 고성장 기대 이어가
14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천당제약의 지난 10년간 공시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회사는 총 42회에 걸쳐 이전에 공시한 내용을 고쳐쓰거나 미확정 재공시를 반복했다. 정정공시에 언급한 6개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에 제시한 매출 전망(최대치) 및 투자 유치 규모는 2조328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초기 공시에서 제시한 기대치가 온전히 실현된 사례는 없다.

대표적인 게 먹는 인슐린 투자 유치 공시다. 2021년 5월 최초 미확정 공시 이후 총 16차례 정정을 반복하다가 2024년 5월에 결국 협의를 중단했다. 경구용 코로나19 백신 역시 3000억원 투자 협의 내용으로 시작한 뒤 7차례 공시를 거쳐 2022년 9월 개발 중단으로 끝났다.

인도 제약사 글렌마크와의 점안제 계약은 정정공시 과정에서 매출 전망치가 오히려 늘어났다. 2018년 최초 공시 당시 약 7000억원이던 10년 매출 전망은 2025년 정정공시 기준 1조306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첫 제품 출시 후 매년 13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해야 하는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삼천당제약의 안과 부문 전체 수출 실적은 134억원에 그쳤다.

10년째 제자리걸음인 계약도 있다. 2016년 체결한 미국 브레큰리지 파마슈티컬과의 계약은 5차례 정정공시를 통해 종료일만 2026년으로 연장됐을 뿐 마일스톤 수령 진행률은 6.7%에 머물러 있다. 2022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유럽 지역 계약 공시는 본계약이 아닌 텀시트부터 시작했다. 이후 4차례 정정공시를 거쳐 2023년 본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규모는 690억원에서 280억원으로 줄었다. 대상 국가도 15개국에서 5개국으로 감소했다.
깜깜이 공시도 투자자 오인 유도
불투명한 파트너사 공시도 투자자 혼선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천당제약은 최근 '위고비' 성분의 경구용 비만치료제(리벨서스 제네릭) 관련 3건의 해외 계약을 잇달아 공시했다. 지난 2월(영국 외 유럽 10개 국가) 및 3월(미국) 계약은 상대방 요청을 이유로 비공개 처리했다.

회사가 공개한 파트너사는 지난 1월 계약을 한 일본 다이이찌산쿄 에스파 한 곳뿐이다. 다이이찌산쿄는 차세대 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을 주도해온 글로벌 제약사다. 세계 ADC 매출 1위 제품인 '엔허투'의 원개발사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명 노출 영향으로 시장에서는 해당 계약을 빅파마와의 직접 협력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올 1월 20만원대에서 3월 119만원대로 급등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다이이찌산쿄 에스파는 과거 다이이찌산쿄의 계열사였지만 현재는 지분 관계를 정리한 별도 회사다.

계약의 수익 구조 역시 투자자 관점에서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일부 공시에서는 순이익의 90%를 삼천당제약, 10%를 현지 판매 파트너사가 가져가는 구조를 공개했다. 하지만 판매관리비 등 비용 처리 기준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텀싯 단계부터 공시를 허용한 것은 사실상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주가 상승의 기대를 키워준 측면이 있다”며 “계약 상대방을 비공개로 두고 ‘순이익 90%’와 같은 수치만 제시하거나 일부 유명 파트너사의 사명만 드러나는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계약의 실체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어 몰라서 문제?…엇나간 진단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TF’를 출범하며 공시 표현과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 용어와 복잡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구조 때문에 일반 투자자가 공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문제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바이오주 공시 문제의 본질은 정보의 난해함이 아니라 공시 제도를 악용한 ‘합법적 기망’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거래소와 금감원 검토를 거친 공시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인식한다. 하지만 당국이 형식 요건에 초점을 맞춰 심사를 진행하면서 기업에 악용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시 내용의 실현 가능성과 계약 조건의 타당성을 검증할 전문성 부족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다.

제약·바이오 공시 제도는 지난 10년간 수차례 개편됐다. 2016년 제약사의 기술수출 공시 논란 이후 재정비가 이뤄졌고, 2018년 연구개발비 회계지침이 도입됐다. 2020년에는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이 추가됐고, 2022년에는 회계 기준이 다시 완화됐다. 규제는 평균 2~3년 주기로 손질됐지만 공시를 둘러싼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공시를 검토할 전문성과 책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국이 사실상 기업의 부풀려진 전망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 신설을 반복하기보다 공시 행위에 대한 실질적 감시와 책임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4월 14일 16시 53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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