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과밀한 인구와 쏠림은 오랫동안 극복해야 할 병폐로 여겨졌다. 난개발로 뒤덮인 도심, 남산타워 같은 특색 없는 건물은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오기 전까지는.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3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의 매력에 푹 빠진 외국인이 늘고 있는 덕분이다. 그들은 서울 성수동의 낡은 붉은 벽돌 담벼락에서 한국인의 ‘힙함’을 소비하고, 연남동 좁은 골목길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북한산과 관악산 바위 능선을 타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고요’를 응시한다. 궁궐과 명동만 훑고 돌아갔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이 같은 흐름과 반대다. 서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효율’을 추구하는 대신 지역 관광 활성화란 ‘당위’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집중된 자원과 관심을 인위적으로 분산해 관광 자원을 평준화하려는 시도가 우선한다. 대표적인 게 매년 수백억원 규모로 집행되는 ‘숙박세일페스타’다. 이 사업은 대놓고 서울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외국인 열 명 중 여덟 명이 찾는 서울의 숙박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대신 지방 숙박 시설에만 세금을 쏟아붓는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지역마다 특색 없는 테마파크와 케이블카를 짓는 동안 정작 방탄소년단(BTS) 같은 세계적 아티스트가 공연할 변변한 공연장 하나 없는 서울의 현실은 방치되고 있다.
단점은 잘 들여다보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성질 급한 사람은 일 처리가 빠르고 결단력이 부족한 사람은 꼼꼼한 식이다. 도시도 그렇다. 서울의 과밀과 쏠림은 커다란 단점이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압축적인 매력과 역동적인 에너지의 근원도 됐다. 이 높은 밀도가 효율을 만들고 혁신을 자극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단점을 다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덮고도 남을 만큼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일 수 있다.
서울의 경쟁자인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글로벌 스타 도시가 된 서울의 자산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가치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서울이 더 화려하고 강력해질 때 비로소 대한민국 관광의 체급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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