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생산에 다같이 망한다"…中 기업들, 이례적 정부 비판

입력 2026-04-14 17:33   수정 2026-04-15 00:48

중국 배터리·태양광업체 대표들이 강력한 생산 과잉 제어 정책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 중국에서 민간 기업이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관련 규제책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기업들은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지면을 통해 불만을 제기했다.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톈넝홀딩그룹의 장톈런 회장은 “과잉 생산 규모가 시장 수요를 크게 초과했다”며 “정책은 산업을 이끄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산업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내에서 지역별로 벌어지고 있는 중복 투자와 과잉 생산을 막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확고한 계획과 방침을 요구했다.

세계 2위 태양광 제조업체인 룽지그린에너지테크놀로지의 중바오선 회장은 “부동산 산업 구조조정 때 동원된 ‘3대 레드라인’ 같은 명확한 규제 체계를 도입해 태양광 업체들의 재무 지표를 관리하고, 고위험 업체의 사업 확장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을 전후해 중국 정부는 자산부채비율, 순부채비율, 단기부채 대비 현금비율 등 3개 지표에서 레드라인을 설정해 이를 지키지 못하면 퇴출시켰다. 가오지판 트리나솔라 회장은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기술 경쟁력 없는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 금지’ 정책을 요구했다.

중국의 배터리·태양광산업은 과잉 생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톈넝파워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순이익이 2021년 대비 42% 감소했다.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룽지그린에너지테크놀로지는 작년 65억위안의 순손실을 나타내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업정보화부는 이달 초 전력·배터리 업체들을 소집해 “비이성적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조기 개입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신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관련 설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이 미리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세계 태양광 제조의 75%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동 정세 악화로 각국이 재생에너지 도입을 촉진하면서 중국 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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