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손님 없어요"…폐업 위기에 '비명' 터진 곳

입력 2026-04-15 21:00   수정 2026-04-15 23:54

15일 오전 11시께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목욕탕에는 30분 동안 입장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벽 틈에는 먼지가 쌓여 있고, 나무로 된 신발장 경첩은 고장 난 채 방치되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카운터를 지키던 목욕탕 관리인은 “요새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손님이 없다”며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외국인 관광객도 전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5년 새 업소 13% 감소
K컬처 확산으로 대형 찜질방을 갖춘 일부 사우나 시설이 수혜를 누리고 있는 것과 달리 동네 목욕탕은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주요 방문자의 고령화에 이어 고유가·고물가로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가 동반 상승해 영세 목욕탕을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생활 인프라 축소와 노후화에 따른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목욕장업 영업소는 5656곳으로 2020년 대비 13.3% 감소했다. 2000년 8904곳에 달한 전국 목욕장업 영업소는 2010년 8426곳, 2015년 7467곳, 2020년 6529곳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대부분 업소는 24시간 운영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경기 군포시에 있는 S사우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30명이 넘던 근무 인력을 현재 10명 남짓으로 줄였다. 이 사우나 관계자는 “손님이 확연히 감소해 최소 인력만 투입하는 식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다 보니 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노후화가 빨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인허가를 받은 목욕장업 영업소 663곳 가운데 설립 30년 이상인 곳이 132곳(19.9%)에 달한다. 노후화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찜질방을 갖춘 사우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수요를 흡수하고 있지만, 동네 목욕탕까지 수혜가 확산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서울의 한 목욕탕에서 만난 관계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는 대형 목욕탕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고유가에 무덥고 경기 위축…‘3중고’
날씨가 예년보다 빠르게 더워지며 이용객이 급감한 데다 도시가스요금과 전기료, 수도요금 등 각종 비용 인상이 예상되면서 코로나19 시기를 버틴 목욕탕들도 폐업을 고민하는 단계다. 목욕탕은 사우나와 탕을 뜨겁게 유지해야 해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꼽힌다.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4월 중순부터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며 비수기 진입 시점이 앞당겨졌다. 난방비와 수도요금은 치솟는데 이용객은 줄어들자 적자 영업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사우나 관계자는 “보통 11월부터 2월까지 번 돈으로 나머지 기간을 버티는데, 올해는 비수기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며 “월 3000만원가량의 유지비용을 감당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방문객이 필요한데 이를 채우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레저 등 연관 산업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영업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과거에는 인근 대형 공사 현장 인력들이 장기 체류하며 숙박과 함께 사우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공사 자체가 줄면서 이런 수요도 감소했다. 경북 김천에서 25년째 100㎡ 규모 소규모 대중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73)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주 고객인 지역 노인들이 하나둘 줄어드는 데다 인근 골프장 방문객도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근 골프장도 운영이 잘 안돼 덩달아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며 “아내와 함께 오전 7시부터 운영하지만 비용이 계속 늘어 올해를 끝으로 접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류병화/이소이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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