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 땐 안 이랬는데"…크게 무너진 원화 가치, 왜? [심성미의 매크로 백브리핑]

입력 2026-04-17 16:31   수정 2026-04-17 16:35



중동 전쟁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다른 국가보다 큰 폭으로 오른 이유가 한국의 높은 에너지 의존도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한국은행의 ‘중동 사태의 환율 영향 차별화 배경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22영업일 이후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6.3% 하락했다. 중국 일본 영국 베트남 등 주요 15개국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원화 가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당시 전쟁 발발 22영업일 이후 원화 가치 하락폭은 약 2.1%였다.




한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최근 환율이 급등한 이유를 한국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서 찾았다. 당시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막자 러시아에서 가스를 주로 수입해 쓰던 유럽(EU)의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며 20년 만에 달러화 사이 패리티(1 대 1) 관계가 깨지기도 했다.

반면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은 중동산 원유를 주로 수입해 쓰던 아시아 국가를 덮쳤다. 한국 뿐 아니라 태국, 대만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 환율은 크게 상승한 반면 캐나다나 브라질 등 에너지 수출국 환율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게 한은 측 설명이다. 한은은 "원화는 일본, 태국 등에 이어 유가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통화"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매도세를 기록한 것도 환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전쟁 직전까지 코스피지수가 약 48% 급등하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1~3월 약 433억달러 어치를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급증한 거주자의 해외 투자, 고령화로 인한 저축률 상승도 고환율을 고착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우리나라 대외 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꾸준히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해왔는데도 원·달러 실질 환율은 상승했다. 김지현 한은 과장은 “달러자산 수요와 저축률이 크게 늘어나는 국면에선 경상 수지 흑자 기조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기조를 뚜렷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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