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고,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재개하며, 핵무기 개발 중단은 물론이고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대리 저항 세력 지원을 중단하는 것 등을 전부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2차 협상은 주말에 열릴 것이라며 “하루이틀 안에 합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한다”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을 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X(옛 트위터)에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 항행을 전면 허용한다”는 글을 올리자 시장은 환호했다. 종전이 코앞에 닿은 듯이 보였다.

이란 매체 텔레그램에는 갑작스러운 지도부 태도 변화에 “설명을 요구한다”는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메흐르통신은 “외교장관의 추가 설명 없는 트윗(X 게시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실을 넘어 자신을 승자로 선언할 최고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휴전 협상은 외교부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는 글을 텔레그램 상단에 고정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아라그치 장관 등 외교라인의 ‘타협’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역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이드 카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차관은 19일 AP통신에 “미국과의 새로운 대면 협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미국이 수용 불가능한 ‘과도한 요구’를 계속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18일(현지시간) 선박 두 척이 피격됐다는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국적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그간 인도로 향하는 선박을 대체로 허용했으나 이날은 공격을 감행했다.
최근 백악관은 지상전 시나리오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경제적 분노’에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공해상에서 이란에 도움을 주는 선박 나포 작전을 준비 중이다. 이란도 이런 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멘 후티반군은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막을 수 있다는 위협을 재개했다.
물밑에서는 여전히 메시지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감지된다. 중재를 맡고 있는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 내 협상 관련 장소 보안을 대폭 강화하며 2차 협상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 견해차가 여전히 큰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20년 이상 금지와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은 이란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내용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국영TV 연설에서 “지난 1차 회담 때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양측 모두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아 최종 합의까지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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