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그룹 계열인 세계 2위 차량 부품사 덴소가 전력반도체 업체 롬에 인수를 제안했다. 롬 인수에 성공하면 덴소는 자동차업계 ‘기가 서플라이어’(대형 공급자)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롬은 경쟁사인 도시바, 미쓰비시전기와 사업 통합 협상에 나섰다. 롬이 덴소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도시바, 미쓰비시전기와 합치면 독일 인피니온에 이어 글로벌 2위 전력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한다.

2024년 매출 기준 롬의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5%로 12위였다. 미쓰비시전기가 4.6%로 4위, 도시바가 2.6%로 10위였다. 3사가 통합하면 9.7%로 인피니온(17.4%)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른다. 지금은 인피니온, 미국 온세미(8.5%),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6.9%)가 3강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2월 롬은 덴소에서 인수 제의를 받았다. 인수가는 1조3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그룹 산하에 들어가면 차량용 사업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제안에 롬은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덴소가 롬에 인수를 제안한 배경에는 “반도체 없이 자동차 부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 자동차가 전동화·지능화로 ‘달리는 스마트폰’이 되면서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야시 신노스케 덴소 사장은 지난달 중기경영계획 발표에서 “반도체가 자동차 가치를 끌어올린다”고 했다.
롬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차량용 전력반도체 분야 강자다. 하야시 사장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어떻게 결합해나갈지가 “일본 반도체 새로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롬과는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3사는 통합을 통해 원료 조달 등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발을 일원화하면 비용이 줄어 중국 기업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이 강했지만 중국 회사가 부상하면서 과잉 생산되고 있다.
차량용 사업 비중은 롬이 50%로 가장 높다. 도시바가 40%, 미쓰비시전기가 12%다. 전기차시장 침체로 롬과 도시바는 곤경에 빠졌지만 미쓰비시전기의 타격은 크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실적이 호조인 미쓰비시전기는 강경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지 못하면 재편에 거리를 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시바의 목표는 재상장이다. 도시바는 2023년 자진 상장폐지 이후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외부 제휴를 모색해왔다. 도시바를 인수한 투자펀드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제안으로 롬이 3000억엔을 출자해 도시바와 롬의 연합은 수순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감소와 기업 문화 차이로 양사 협업은 진전되지 않았다.
도시바는 인피니온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3사 연합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도시바는 가전과 전기차 등 저·중전압에, 미쓰비시전기는 철도와 송배전망 등 고전압 분야에 강점이 있다. 롬은 차세대 제품의 일관 생산이 특기다. 3사 통합은 JIP가 목표로 하는 도시바 재상장을 위해 경영 효율을 한층 높이는 한 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