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전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의 해상봉쇄가 유지되고 있고, 이란의 강한 불신 탓에 파키스탄식 중재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니르는 이달 미·이란의 중대 회의 직후 테헤란에 수일간 머물며 정치 지도부는 물론 안보 당국과 혁명수비대까지 두루 접촉했다. 동시에 백악관과도 긴밀히 소통했다. 광물·가상자산·부동산 거래를 계기로 미국과 관계를 복원한 파키스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임까지 업고 예상 밖 핵심 중재자로 부상했다.
무니르식 중재는 2015년 핵합의 때처럼 장기 협상과 대규모 전문가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란 안보 체계와의 연결고리와 트럼프 개인과의 관계를 동시에 활용하는 속도전 성격이 강하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무니르가 혁명수비대와도 소통할 수 있고, 외교 라인과 군부를 함께 상대하며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22일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이슬라마바드로 복귀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합의 전까지 이란 항만에 대한 미 해군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고수하고,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다시 열지 않으면서 협상 공간은 더 좁아졌다. 휴전 연장에는 합의했지만 핵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문제에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해상봉쇄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본다. 바에즈는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이느냐의 문제”라며 미국이 봉쇄를 풀지 않으면 이란이 협상에 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발리 나스르도 "이란이 파키스탄 중재를 진지하게 보더라도, 그것이 진짜 중재인지 전쟁 재개를 위한 속임수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의 중립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채텀하우스의 파르자나 샤이크는 파키스탄 군부가 미국과 걸프 국가들에 더 가까운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란 핵무장 저지에도 이해가 걸려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파키스탄이 사우디와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점, 트럼프 진영 인사들과 사업·실무 관계를 넓혀온 점은 테헤란의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이란이 협상에 불참하자 미국의 해상봉쇄 문제는 공개 비판하지 않은 채, 이란이 협상에 나오지 않은 책임을 부각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침묵은 역내 외교가에서 파키스탄의 중립성에 더 큰 의문을 낳았다고 FT는 전했다.
FT는 "파키스탄식 중재는 트럼프와의 친분, 군 대 군 소통, 속도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의 강압적 접근과 이란의 불신, 그리고 파키스탄 자신의 편향성 논란 때문에 실효성이 시험대에 오른 상태"라고 우려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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