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작년 사상 최대 모금 실적을 경신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국면에도 불구하고 개인·기업 기부가 동반 확대되며 ‘연간 1조원 모금’에 근접한 성과를 냈다. 기부 방식의 다변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 구축이 맞물리며 국내 기부 시장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랑의열매는 2025년 한 해 동안 총 9864억원을 모금했다.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물론,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법인과 개인 기부가 모두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기업 기부는 중소·중견기업 참여 확대를 중심으로 증가했고, 개인 기부는 소액·일상형 참여가 빠르게 확산됐다.
개인 기부는 ‘생활 속 기부’ 모델이 성장을 이끌었다. 자영업자가 매출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가게’는 도입 20년 만에 5만호를 돌파했다. 가족 단위 참여 프로그램인 ‘착한가정’도 6000호를 넘어섰다. 팬덤·커뮤니티 기반의 ‘착한팬클럽’ 등 관계형 기부도 확대되며 참여 저변을 넓혔다. 과거 고액 기부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다수 참여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전환도 기부 시장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간편 기부가 확산하면서 젊은 층 유입이 늘었다. 여기에 디지털 자산 기부까지 등장했다. 사랑의열매는 내부 통제 체계를 구축한 뒤 두나무로부터 가상자산 기부를 수용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데 성공했다. 변동성이 큰 자산 특성을 고려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영리기관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기업 기부 역시 구조적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일정 기간 내 기부를 약정한 기업이 참여하는 ‘나눔명문기업’ 프로그램은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149개사가 신규로 가입하며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지역 기반 사회공헌 수요가 늘어난 것과 기업의 이미지 제고 필요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재난 대응 과정에서의 특별모금도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모금 캠페인이 가동되며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모였다. 민간 모금 플랫폼이 공공 대응을 보완하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금 확대는 배분 구조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지난해 9860억원을 집행하며 아동·청소년, 노인 등 취약계층 지원과 함께 생계·교육·자립 분야 사업을 강화했다. 특히 ‘재난재해·기후위기 대응’을 별도 분야로 신설해 435억원을 투입했다. 기후위기, 감염병, 재난 등 새로운 사회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배분 체계를 확장한 것이다.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지역사회 고립을 해소하는 맞춤형 지원 사업에 3년간 120억원을 투입 중이다. 청소년 자살 문제 대응을 위한 생명존중 사업에도 동일한 규모의 재원을 배정했다. 단순 생계 지원을 넘어 사회문제 예방과 구조적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규모 복지기관 지원도 확대됐다. 상근 인력 4인 이하, 연간 세입 2억원 미만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모두의 공모’ 사업을 통해 3년간 9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장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 기관의 역량을 키워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데이터 기반 사회공헌 체계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사랑의열매는 ‘사회공헌 정보플랫폼’을 구축해 모금과 배분 데이터를 기업과 비영리 현장에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지역·분야별 수요를 분석해 보다 정교한 사회공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단순 기부를 넘어 ‘성과 관리형 사회공헌’으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기부 방식 다양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을 통해 나눔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있다”며 “재난·기후위기 등 새로운 사회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 민간 사회안전망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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