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오두막' 생물학자의 40년, 신간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입력 2026-05-08 10:05   수정 2026-05-08 10:06

'숲 속 오두막' 생물학자의 40년, 신간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신간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는 ‘우리 시대의 소로’로 불리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40년 동안 숲에서 기록해 온 생명 관찰기다.

그는 마흔의 나이에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정교수직을 내려놓고 메인주 숲속에 오두막을 지어 들어갔다. 송장벌레 부부가 자기 몸보다 큰 사체를 어떻게 옮기는지 궁금해 땅에 누워 지켜보고, 혹한 속 작은 새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확인하려고 어두운 밤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는 애정을 가지고 파고들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는 어느 날 손바닥처럼 훤히 알던 메인주의 숲에서 이전엔 보지 못했던 큰까마귀를 발견했다. 이어서는 이곳에 없었던 코요테까지 나타났다.

큰까마귀는 혼자 사는 고독한 새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존재를 알리고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적 존재였다. 그가 먹이를 발견했을 때 내는 특유의 ‘비명’ 소리를 녹음해 숲에 재생하자 다른 큰까마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튿날에는 코요테 울음소리도 들렸다. 먹잇감을 공유한 덕분에 이들은 각자 배를 채울 수 있었고, 낯선 미끼에 접근할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낮출 수 있었다.

숲에선 식물, 초식동물, 포식자, 곤충, 미생물이 복잡한 관계망을 이루고, 한 생명체의 선택은 다른 존재들의 삶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친다. 하인리히는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의 모레미 야생보호구역에선 모파네 나무들이 떼로 고꾸라진 광경을 목격했다. 모파네를 즐겨 먹는 코끼리가 주범이었다.

그런데 중간 크기의 어린 모파네는 코끼리에게 쓰러져도 땅속에 뿌리가 남아 다시 살아났다. 때로는 한 그루가 서너 그루처럼 번져 자라기도 했다. 무자비한 파괴로 보이는 행위가 새로운 생장을 낳은 셈이다.

숲을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본 그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서도 철저한 보존과는 약간 다른 답을 제시했다. 자연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나무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숲을 살아 있는 생태계로 보지 못한 채 목재 생산을 위한 공간으로만 여기는 태도다.

숲은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곤충과 새, 짐승과 균류, 죽은 생명과 새로 자라는 생명이 얽힌 세계라는 것이다. ‘나무가 숲의 주인공은 아니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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