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께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평소라면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과 점심 손님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마트 안은 한산했다. 지난 10일부터 점포 영업이 일시 중단되면서 계산대의 ‘삐빅’ 소리도, “고등어 싸게 들여가세요”라고 외치던 직원들 호객도 사라졌다. 점포 내부에는 에스컬레이터 작동 소리와 마트 배경음악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매장 출입문에는 ‘임대 매장은 정상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었지만 손님은 드물었다. 손님보다 빈 매장을 지키는 점주와 직원들이 더 많아보일 정도다. 이 점포에서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한 임대매장 주인은 “매장이 지하 1층이라 단골 손님 아니면 일부러 찾아오기 쉽지 않다”며 “원래도 유동인구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약국 같은 주변 매장이 빠지고 마트 영업까지 멈춰 손님이 더 줄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영업 중단 소식도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임대매장은 정상 영업이라고 하지만 지나가는 손님들은 대부분 모른다. 입구에 작은 안내판 하나 세워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부 매장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입점 점주들 시름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점포 내 임대 매장은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핵심 집객 시설인 마트가 운영을 멈춘 탓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계속 영업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장사가 어려워진 상황이다.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0일부터 약 두 달간 전국 104개 매장 중 일부 점포의 영업을 중단했다. 중계·신내·면목·잠실점 등 서울 지역 4개 점포를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등 전국 37개 매장이 대상이다. 회사는 최근 NS홈쇼핑에 슈퍼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해당 매각 대금만으로는 그동안 밀린 세금과 점포 운영비 등을 충당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수익성이 낮은 일부 점포 영업을 중단하고 핵심 점포를 집중 운영해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면서 해당 조처는 마트에만 적용되며 점포 내 입대 매장은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입점 점주들 사이에선 “마트가 닫으면 손님 발길도 함께 끊기는데 정상 영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하소연이 나온다. 통상 입점 업체들은 주변 상권은 물론 안정적인 고객 유입을 이끄는 대형마트의 집객력을 고려해 입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트가 문을 닫아 유동 인구가 급감한 상황에서 입점 업체들만 남겨진 것은 사실상 소비자와의 접점이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 식음 매장 점주는 “지금은 점심 시간이라 인근 직장인 손님들이 조금씩 찾지만 오후 2~3시만 지나도 방문객이 거의 없다”며 “마트 영업 중단 이후 체감상 유동인구가 20% 이상 감소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점주도 있었다. 2년째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 씨(50대)는 “마트가 영업을 멈추면서 점포 전체 분위기 자체가 한산해졌다”며 “소비자들이 ‘마트가 닫았으면 건물 전체가 운영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 발길을 돌리는 게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밖에 나가 ‘임대 매장은 정상 영업 중’이라는 걸 알리는 전단이라도 돌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의 이 같은 운영 방식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이후 28개 점포와 물류창고를 매각해 약 4조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위기 앞에서 자구 노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영업 중단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입점 업체를 뒷받침하는 운영 인프라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대형마트가 운영된다는 것은 단순히 매장 문을 여는 것을 넘어 주차·보안 인력, 시설 관리 등 전반적인 운영 지원이 함께 작동한다는 의미”라며 “마트 운영이 멈춘 상황에서는 이 같은 지원까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입점 점주들 영업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영업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점포 전체를 닫고 점주들에게 실질적인 영업 손실 비용을 보상해 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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