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믿음의가족처럼 재무구조가 망가졌다면 금융위원회는 회사에 추가 자본 확충 등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해 대주주를 변경할 수 있다.은행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지만, 상조업체엔 이런 규정도 없다. 고객 돈인 선수금을 굴릴 때도 ‘50%를 보전해야 한다’는 조건뿐이다. 상조 공제조합에 가입해 수수료를 내고, 지급보증을 받으면 선수금의 50%가 넘는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고객 돈을 운용하면서도 건전성 규제나 자금 운용 관리를 받지 않는 건 상조업체가 법적으로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할부거래법을 전면 개정해 상조업체를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로 규정했다. 그 결과 관리 감독도 금융당국이 아니라 공정위가 맡았다.
대주주 신용공여 관련 규제가 없어 상조업체가 종종 대주주의 사금고처럼 운영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중소업체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선두권 대형사도 대주주·특수관계자에게 고객 돈을 대여해주는 게 일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선수금 기준 3위(1조4531억원) 상조업체 소노스테이션은 2024년 계열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할 때 500억원을 빌려줘 논란이 됐다.
중소 상조회사 중에선 고객 돈인 선수금보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에게 빌려준 대여금이 더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 선수금이 5억7000만원인 한양상조는 대표에게 22억원을, 선수금이 4억5000만원인 제주일출상조는 대주주에게 16억원을 빌려줬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상조업체 더케이예다함처럼 채권과 부동산, 인프라, 기업금융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성과를 내는 업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소업체 사이에선 불안한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선수금(706억원)보다 자산총계(407억원)가 작아 사실상 고객 돈을 까먹으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상조업체 대노복지사업단은 고객이 계약 해지를 청구했지만 납부한 선수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해지청구액 중 미지급액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대노복지사업단은 추가 차입으로 해지 청구 고객에게 선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모사랑 관계자도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따른 단기적 ‘미실현 손실’일 뿐”이라며 “회사의 재무적 완충력 내에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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