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타결 앞두고 막판 신경전…美 국내정치 중요변수 부상
트럼프 지지층내 '맹탕합의' 우려…美당국자 "우라늄 없이 달러도 없다"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 아브라함 협정 확대 추진…성과 키우기 노력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박성민 백나리 특파원 = 개전 3개월이 임박한 미국-이란 전쟁이 합의 도출을 앞두고 막판 치열한 신경전 국면을 보내고 있는 양상이다.
60일간의 추가 휴전과 함께, 이란의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휴전 중 이란의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을 한다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이 현재 모색되고 있는 미국-이란 합의의 골자인 것으로 미국 및 중동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이란 측 모두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음을 확인했지만 미국에서 '맹탕합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중론'을 피력하고 있고, 이란도 '미국 정치'를 거론하며 협상 타결에 대한 속단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25일(현지시간) 잇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언론에 공개된 대이란 협상안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아직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며, 자신이 추진하는 합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의 이란 핵합의(JCPOA)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원하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전보다 더 강하게 이란을 타격할 것이라면서 시간은 미국 편인 만큼 합의 타결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주말 사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을 통해 합의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신중한 입장을 강조하는 것은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맹탕합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전쟁의 주된 목표로 이란 비핵화 및 핵 야심 꺾기를 표방했던 터에 '선(先) 휴전연장'-'후(後) 핵협상'의 현 합의 틀에 대해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기없는 전쟁'에 그나마 공화당원들이 지지를 거두지 않은 것은 이란 핵 위협 제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에 신뢰를 보내는 차원이었는데, 논의되고 있는 타협안이 이란 비핵화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자 공화당 내부가 동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후반기 의회 권력의 향배를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 문제를 조기에 풀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상대적으로 많은 협상칩을 할애하다 보니 정작 전쟁의 명분으로 삼은 이란 비핵화를 후순위 합의 사항으로 미루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지지층 내 반발이 제기된 것이다.
개전 첫날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폭사시켰음에도 그의 아들 모즈타바를 통해 이란 신정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핵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종전 수순으로 들어갈 경우 '전쟁을 왜 시작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지지층 내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MOU에 비핵화와 관련한 보다 확고한 약속을 포함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핵심은 440kg에 이르는 이란 내 농축도 60%의 우라늄 보유분 처리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CNN방송이 전한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당국자는 "합의 마련의 중요한 부분은 이란이 이행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먼지가 없으면 달러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먼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다. 농축 우라늄을 어떤 식으로 포기하느냐에 따라 이란이 확보하게 될 제재 및 동결자산 해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최종 합의 도달까지 부여되는 협상 기간은 60일이라면서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원칙을 강력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소련과의 군축협상에서 언급해 유명해진 러시아 격언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 간의 관계정상화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확대와 대이란 협상을 연계하려 하는 점이다.
이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평화를 위해 집권 1기 때 시작했으며, 집권 2기 들어서도 가입국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SNS 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즉시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며, 다른 나라(미국과 이란간 합의를 촉구해온 다른 아랍국가)들도 따라야 한다"며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관련 각국에 "의무사항으로 요구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 역시 이란과의 합의와 관련한 미국 내 지지층의 반발을 감안해 성과를 키우기 위한 구상으로 보이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단기간 내 결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이 막판 진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불발시 이전보다 더 강한 규모로 대이란 군사공격을 재개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관련 양보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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