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셧다운 피했지만…파업땐 모든 공정 '치명타' 불가피

입력 2026-05-18 17:54   수정 2026-05-19 00:50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계획에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 전면 중단(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법원이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반도체 공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파업 기간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관리 상태를 유지하라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셧다운을 피하더라도 노조의 장기 파업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극심한 후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 손실 불가피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도 반도체 핵심 공정인 생산라인은 대체 인력과 자동화 시스템 등을 통해 가동될 예정이다. 이날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파업 중에도 필수 인력 약 7000명은 현장을 지켜야 한다. 이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전체 직원의 8%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가 공장 가동을 위한 최후 보루인 필수 인력을 확보해 생산라인 전면 중단 위기는 넘겼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파업 참여자는 당초 예상된 4만3000명에서 수천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21일로 예정된 쟁의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임시 조치로는 잠재된 리스크를 모두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파업 참여자의 대규모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장에 남은 인력을 24시간 교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 한계로 신규 장비 셋업과 정기 설비 예방보전 등 핵심 고부가 가치 작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파업 여파로 초 단위로 돌아가는 반도체 연속 흐름 공정이 깨지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해 특정 구간의 진행 속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전·후방 라인의 균형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경제적 피해 규모는 급격하게 커진다. 반도체 웨이퍼는 정해진 시간 내에 후속 공정으로 이동하지 못하면 전량 폐기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월 웨이퍼 투입량(D램 65만 개, 낸드플래시 50만 개)을 기준으로 전량 폐기를 가정하면 D램은 하루 2만2000개(약 6500억원), 낸드플래시는 1만6000개(약 2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하루에 9000억원의 손실이 누적되는 셈이다.

생산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시장의 공급 절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 세계 D램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공급망에 비상이 걸리면 메모리 가격은 폭등한다.

파업이 종료된 이후 공정이 곧바로 정상 가동될지도 미지수다. 법원은 인력 공백 속에서도 수율을 떨어뜨리지 않을 의무를 노조에 부과했으나, 초정밀 미세공정 특성상 엔지니어의 숙련도와 실시간 대응은 필수적이다. 파업 기간에 발생한 미세한 공정 변동성이 누적되면 파업이 끝나더라도 수율을 회복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급 견해차 평행선 여전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성과급을 둘러싸고 최종 담판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주재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막판 조율에 나섰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박수근 중노위원장도 참관했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과 제도화 문제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안이 적용되면 반도체 부문 임직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6억원에 이른다. 노조는 이를 명확한 산식으로 제도화해야 하며, 적자가 발생한 사업부도 성과급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되 DS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서면 영업이익의 9~10%를 별도 재원으로 활용해 전체 부문 60%, 사업부별 40% 비율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기준을 3년간 지속한 뒤 재논의하자는 제안이다. 노사는 19일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채연/강해령 기자/세종=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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