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쇼핑의 출발점이 검색창에서 대화창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명을 직접 입력해 검색하는 대신 챗GPT에 취향과 상황을 설명하고 상품을 추천받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유통·패션·식품업계도 '인공지능(AI) 커머스'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최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 LF몰을 챗GPT 앱으로 출시했다. 패션 전문몰 가운데 챗GPT에 전용 앱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은 챗GPT 안에서 시간·장소·상황, 스타일, 구매 목적, 브랜드 등을 자연어로 입력해 LF몰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30대 남성 재킷', '출근용 여름 원피스' 등을 검색해 나오는 제품을 하나하나 비교하는 대신 "주말 결혼식에 갈 때 입을 30대 남성 재킷 추천해줘", "여름에 출근용으로 입기 좋은 원피스 골라줘"라고 질문하면 조건에 맞는 상품을 그 이유와 함께 제안받는 방식이다.
LF는 이번 서비스를 단순한 검색 기능 개선이 아니라 쇼핑 경험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기존 온라인몰이 키워드 검색과 카테고리 탐색 중심이었다면, AI 커머스는 고객이 원하는 상황과 맥락을 먼저 파악한 뒤 상품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LF몰은 향후 선호 브랜드와 가격대, 스타일 데이터를 반영한 개인화 추천 기능을 단계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F뿐 아니라 한섬,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FnC 등 주요 패션 기업들은 자체 몰에 AI 추천과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AI가 다양한 상품을 분석하고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곧바로 추천하면서 AI 도입은 자사 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추세다.
홈쇼핑과 식품업계도 챗GPT를 새로운 고객 접점으로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챗GPT 기반 전용 앱을 선보였다. 고객은 챗GPT에서 롯데홈쇼핑 방송 일정과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혜택을 확인한 뒤 구매 링크로 이동한다. "오늘 방송 프로그램 알려줘", "주방용품 방송 언제 해?" 같은 일상적인 질문만으로 방송 편성과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 식품 계열사들도 AI 커머스 접점을 넓히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지난달 챗GPT에 자사 몰 서비스를 연동한 데 이어 롯데칠성음료도 공식 온라인몰 칠성몰을 챗GPT로 연결했다. "당 관리에 적합한 인기 음료 추천해줘" 같은 질문을 던지면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 페이지까지 연결해주는 구조다.
유통업계가 AI 커머스에 속도를 내는 것은 소비자들의 쇼핑 출발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온라인 쇼핑은 포털이나 쇼핑몰 검색창에 상품명을 입력하고 가격과 후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생성형 AI 확산으로 소비자는 상품명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취향과 용도, 예산만 설명하면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됐다. 수많은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하던 과정이 AI와의 대화로 압축되면서, 검색 결과 상단 노출과 가격 비교, 리뷰 경쟁을 중심으로 짜였던 기존 커머스 문법도 흔들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챗GPT 등 생성형 AI 안에서 자사 상품과 브랜드가 어떻게 인식되고 추천되는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LF가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 전략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GEO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흩어진 콘텐츠와 브랜드 정보를 AI가 일관된 맥락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 구조를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포털 시대에는 검색엔진 최적화가 숙제였다면, 이제는 생성형 AI가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 구조와 브랜드 메시지를 세우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
다만 AI 커머스가 곧바로 기존 쇼핑몰을 대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품 추천의 정확도와 재고·가격 정보의 실시간 반영, 개인정보 활용, 광고성 추천 여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AI가 쇼핑의 '입구'를 바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의 경쟁이 검색 결과 상단을 차지하는 싸움에서 AI가 추천하는 후보군에 들어가는 싸움으로 바뀔 수 있다"며 "앞으로는 상품 경쟁력뿐 아니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정보와 고객 맞춤형 데이터 확보가 커머스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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