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연 작가 초대전 ‘겹으로 쌓여진 기억의 공간’

입력 2026-05-27 10:28   수정 2026-05-27 10:34



경기 포천시 갤러리 향원재가 정필연 작가 초대전 ‘겹으로 쌓여진 기억의 공간’을 5월 30일부터 6월 12일까지 연다(목요일 휴무). 전통 민화 책거리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해 온 정필연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 초대전이다.

향원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학문 숭상과 염원을 담았던 전통 ‘책가도(책거리)’의 정신을 계승해 현대인의 감정과 삶의 흔적을 담아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한 정필연 작가의 신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책가도에 대한 기록은 조선 후기 정조 때 처음 등장한다. 책을 사랑했던 정조가 어좌 뒤에 책가도를 설치하고 신하들에게 학문 신장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로 사대부의 사랑방 장식을 거쳐 백성들의 생활화로 유행하며 자손들의 과거 급제와 문풍(文風)을 기원하는 시각 언어로 자리 잡았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책거리의 상징적 요소들을 유지하면서도 형태를 과감히 단순화했다. 화면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하며, 색과 선의 리듬을 극대화하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겹의 시간’(2026)을 비롯하여, 화면을 감각적인 분할로 채워낸 ‘햇살이 바다를 읽는 시간’(2025), ‘시선의 숨1’(2025) 등은 반복되는 문양과 강렬한 색면, 그리고 비워진 공간들이 어우러져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추상적 풍경을 선사한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두드러지는 ‘흰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정필연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작업 속 흰 여백은 지워진 기억이기도 하고, 아직 쓰이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며 “관람객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머물게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안호숙 갤러리 향원재 대표는 “이번 전시회가 과거의 회화를 바라보는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부터 겹으로 차곡차곡 쌓여진 시간들을 헤집어 오늘의 삶으로 다시 배열해보는 뜻깊은 사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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