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초반엔 버블, 후반엔 위기"…비극은 똑같은 얼굴로 왔다

입력 2026-05-29 18:05  

역대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축 사이클에는 반복되는 흐름이 있다. 금리 인상 초입에는 저금리 시절 풀린 유동성의 관성이 남아 있어 자산 가격이 곧바로 꺾이지 않거나, 적어도 위험자산 선호가 즉시 약화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는 2000년대 중반 미국 주택시장이다. 미 중앙은행(Fed)은 2004년 연 1%였던 기준금리를 2006년 연 5.25%까지 끌어올렸지만, 주택시장은 곧바로 식지 않았다. 저금리 시절 형성된 유동성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이어지면서 미국 집값은 한동안 더 올랐다. 높아진 이자 부담은 시차를 두고 저신용 차주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 배경이 됐다.

중국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02년 처음 출시된 자산관리상품(WMP)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당국 규제를 우회하는 그림자금융으로 커지며 막대한 자금을 흡수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년 하반기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150%가량 급등해 5100을 돌파했다. 이후 2015년 6월 중국 당국이 장외 융자 자금줄을 차단하자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됐고, 지수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긴축 사이클이 항상 같은 모습으로 전개된 것은 아니었다. 2022년 미국 증시는 달랐다. 당시 Fed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5%로 빠르게 끌어올렸다. 6·7·9·11월에는 네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도 단행했다. 하지만 시장은 Fed의 긴축 전환 가능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 S&P500은 Fed의 첫 금리 인상 이전인 2022년 1월 초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고, 6월에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10월에는 연초 고점 대비 약 25% 밀리며 저점을 형성했고, 연간으로도 약 18% 하락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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