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난방의 전기화’가 확산하면서 국내 히트펌프 시장 경쟁이 예열되고 있다. 정부도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면서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보일러 업체는 난방·온수 통합 시스템 역량을, 가전업체는 열 압축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히트펌프는 공기나 물, 땅속의 열을 끌어와 실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장치다.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난방 기술로 꼽힌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일반 가스보일러가 100의 에너지로 80~90 수준의 열을 생산한다면, 히트펌프는 같은 에너지로 400~500 수준의 열 효과를 낸다.

이런 성능에도 보급이 더딘 주된 원인은 가격 부담이다. 히트펌프는 실외기·축열탱크·수배관 공사 등 설치 비용만 1000만~1200만원 수준에 달했다. 올해 정부가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예고하자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35년까지 총 350만대(누적 기준) 히트펌프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는 제주와 경남 지역 태양광 설치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히트펌프 설치비의 최대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소비자 부담은 1000만원대에서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기존 보일러 배관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출시했다. LG전자도 지난 5월 실외기와 본체를 일체화한 ‘일체형 히트펌프 보일러’를 선보였다. 두 회사는 히트펌프 사용이 보편화한 유럽 등 해외 각지에서 히트펌프 연구개발(R&D)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중견기업 위주인 보일러 업계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온돌 난방과 온수를 정밀하게 다뤄온 수배관 기술력이 강점이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히트펌프는 TV나 냉장고처럼 콘센트만 꽂으면 되는 제품과 달리 건물 전체의 난방·온수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경동나비엔은 난방과 온수를 통합 관리하는 배관 시스템의 경쟁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귀뚜라미는 스마트팜과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히트펌프를 공략할 계획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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