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을 연쇄적으로 만난 것은 한·미 동맹이 인공지능(AI) 분야로 확장된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통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단순 납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국 AI 기반을 구축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직접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미 AI 동맹’을 앞세워 국내 증설 투자가 한국만의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앤트로픽, 오픈AI 등 AI 분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대통령은 이들 앞에서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AI 기업에 더 안정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책임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AI 생태계가 필요로 하는 핵심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세계적인 AI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강력한 반도체산업을 보유한 한국과 전략적 투자 협력을 원하는 빅테크가 준비해 온 거대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만난 미국 기업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김 실장은 23일 외신 인터뷰에서도 “(AI 반도체) 주문의 80~90%는 미국에서 온 것”이라며 “그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에 팹을 확장하는 플랜을 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도 이날 서밋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만날 때마다 ‘모어 칩스’라고 말한다”고 했다. 오픈AI를 두고는 “자사에만 메모리 칩을 달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없이는 AI도, 산업 발전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AI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새로운 분배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며 “기술 진보와 경제적 성과만으로는 AI의 미래가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반도체 등 AI 관련 기업의 늘어난 이익을 사회 전반에 나누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개별 면담에서 ‘AI 시대 부의 분배 방식’을 주제로 대화했다. 올트먼 CEO는 이 대통령에게 “현금 지원보다 기업 성과를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지분 기반 분배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조언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밝혔다.
샌프란시스코=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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