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도 뚫렸다…몰아치는 '교섭 리스크' 비상

입력 2026-06-01 14:36  

두산에너빌리티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협력업체 근로자들과도 교섭해야 한다는 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원청 기업에 대한 하청 근로자들의 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연맹) 소속 한국연합플랜트노동조합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미이행'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하청 근로자의 안전 관리·작업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경남지노위 결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남지노위는 노사 양측에 "노조의 시정 신청을 인정하는 결정을 했음을 알려드린다"고 통지했다.

노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경남 고성천연가스 건설현장 시공·공사 운영 전반을 총괄·관리하는 원청사인 만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실질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둔 노조는 이에 따라 지난 3월17일과 19일, 4월27일 회사에 세 차례 공문을 보내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의제로는 산업안전 강화·중대재해 예방, 다단계 불법 하도급 방지, 근로환경 개선·노동조건 향상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회사는 노조가 요구한 의제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가 노조 교섭 대상이 되는 사용자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로 선을 그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조직된 노조 조합원들을 직접 뽑아 월급을 주는 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노조는 현장에서 안전 관리, 출입, 작업 방식, 휴게시설 같은 사안과 관련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교섭 대상이 되는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노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경남 고성천연가스발전소 현장에서 공정 운영·산업안전관리 전반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작업 전 안전회의인 TBM, 위험성 평가, 작업허가서 운영, 위험작업 승인, 작업중지 절차, 안전교육, 출입통제, 통합 EHS 위원회 등을 근거로 들었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려면 원청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운영·관리하는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다단계 하도급 문제도 쟁점이 됐다. 노조는 불법 재하도급 방지, 무자격 업체·불법 인력 투입 방지, 협력업체 선정 기준, 현장 출입업체 승인 절차 등이 원청의 관리 영역에 있다고 봤다. 현장 운영 구조가 근로자 작업 강도와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교섭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근로환경과 관련해서도 휴게시설, 식사 공간, 세면시설, 폭염·한파 대책, 현장 이동동선, 작업공간 확보 등을 교섭 의제로 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남동발전이 고성천연가스발전소 현장 소유자이자 전체 공사 총괄 주체라고 항변했다. 회사는 전체 사업금액 1조5000억원 가운데 약 28%를 계약해 토건·기전 건설공사 일부를 맡은 수급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장 안전 관리와 출입, 연장·휴일작업 허가도 한국남동발전 지침·승인에 따라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회사 측은 하수급인들도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각 하수급인이 자체 공정계획·공사이행계획서를 바탕으로 작업일정, 인력 배치, 장비 투입, 안전관리계획을 정한다는 것. 작업복·안전화·안전모 같은 보호구도 하수급인이 조달한다. 작업시간·휴게시간도 하수급인이 소속 근로자와 맺은 근로계약이·단체협약에 따라 정해진다고 주장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했을 뿐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직접 지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남지노위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는 경남지노위 판정 직후 "이번 판정을 통해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원청의 교섭 책임과 의무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한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면서 경영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낸 보고서를 통해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용자 범위와 교섭의제를 두고 노사 간 분쟁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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