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레전드 이형택의 코트 위 40년 노하우, 책 한 권에 담다 [서평]

입력 2026-06-10 14:22  

테니스 레전드 이형택의 코트 위 40년 노하우, 책 한 권에 담다 [서평]



머드리 X 김교수 테니스 마스터 클래스
이형택·김태웅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

테니스 인구 90만 시대라지만 막상 코트에 서면 당혹스러운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코치가 “노 맨스 랜드에 있지 마세요”라고 외쳐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확히 어디를 피해야 할지 모른 채 어물쩍 발을 옮긴다. ‘써포’는 알지만 ‘럭키 루저’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테니스 동호인이 정확한 용어도 모르고 코치에게 들은 표현을 대충 짐작하며 테니스를 치고 있다. 한국인 최초 ATP 투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 감독이 이 간극을 매우기 위해 교육 전문가 김태웅 교수와 ‘머드리 X 김교수 테니스 마스터 클래스’를 집필했다. 테니스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테니스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용어와 지식 그리고 실전 노하우까지 모두 담았다. 이형택 감독의 첫 책이다.

이 책은 라켓·코트·기술·장비·대회·전략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 아래 98가지 핵심 용어를 설명하며 전개된다. 단순한 용어 풀이가 아니라 용어의 어원과 배경지식도 함께 설명한다. 처음 라켓을 잡은 입문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스트링 텐션이 샷 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코트 종류가 경기 스타일을 어떻게 바꾸는지, 드롭샷이 단순한 득점 샷을 넘어 상대의 리듬을 흔드는 전략적 무기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짧은 레슨 시간에는 들을 수 없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차별점은 각 장 곳곳에 녹아 있는 머드리’s Point다. ATP 최고 랭킹 36위, 40년 테니스 인생에서 우러난 이형택 감독의 피드백은 구체적이다. “초보자라면 라켓 헤드 크기 100제곱인치로 시작해 실력이 붙으면 줄여라”, “오버헤드 샷은 공을 2시 방향에 두고 친다고 생각하면 안정된다” 등이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기술을 마스터한 선수로서의 경험과 선수, 일반인 할 것 없이 다양한 제자를 가르치며 얻은 지도자로서의 시선이 조언 속에 녹아 있다.

이형택 감독이 직접 자신의 전설적인 경기를 풀어낸 머드리의 레전드 에피소드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훗날 조코비치의 코치가 되는 이바니세비치를 멘털로 압도해 기권까지 끌어낸 때부터 2003년 시드니에서 당시 세계 4위 페레로를 꺾고 한국인 최초 ATP 투어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까지 당사자의 목소리로 듣는 그날의 기억은 마치 눈앞에서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한다.

김태웅 교수가 소개하는 글로벌 테니스 회화는 이 책을 한층 특별하게 만든다. 코치에게 어프로치 샷 지도를 요청하는 법, 경기 중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하는 법 등 실제 코트에서 쓰는 살아 있는 영어 표현을 소개했다. 해외 원정 테니스가 일상이 된 시대에 언어의 장벽 없이 어느 코트에서든 자신 있게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함께 키워준다.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 정현이 “이 책 한 권이면 전 세계 어디서든 당당하게 라켓을 휘두를 수 있다”고 추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수로 가는 전략을 다룬 마지막 장과 마스터 피드백 TOP 3는 구력이 쌓였는데도 늘 어딘가 아쉬운 중·상급 동호인을 위한 선물이다. 많은 사람이 테니스를 공을 얼마나 잘 치느냐로만 평가하지만 상위 레벨에서는 얼마나 빨리 복기하고 조정하느냐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 이 책에서 이형택 감독이 강조하는 훈련 방식이다. 테니스를 칠 때 기술과 체력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바로 멘털임을 강조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누구나 멘털이 흔들리는 건 똑같지만 승패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빨리 멘털을 되찾느냐이다.

이형택 감독은 프롤로그에서 로저 페더러의 말을 인용했다. “승리하는 것도 좋지만 테니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멋진 일입니다.” 이 책은 테니스를 사랑하는 그 마음에 깊이를 더해준다. 책을 덮고 나면 테니스를 칠 때마다 아리송했던 점이 하나씩 풀리는 경험도 가능하다.

박정현 기자 park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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