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맥주 시장 1위 오비맥주가 무알코올 맥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를 추격하는 처지가 됐다.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 0.00’이 무알코올 맥주 단일 브랜드 기준 1위를 지키자 오비맥주는 카스,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 무·비알코올 제품을 모두 합친 제조사 점유율로는 자사가 앞선다고 맞서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1000억원대 시장으로 커지는 무알코올 맥주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맥주 본시장에서는 정반대다. 오비맥주의 카스는 2012년 하이트를 제친 뒤 14년째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무알코올 시장에서는 하이트가 먼저 치고 나갔다. 하이트진로음료는 2012년 국내에 하이트제로 0.00을 출시하며 시장을 열었다. 당시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연 100억원 안팎의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오비맥주는 반박하고 있다. 카스 0.0, 카스 올제로, 카스 레몬 스퀴즈 0.0 등 카스 브랜드 내 무·비알코올 제품 점유율은 하이트제로보다 낮지만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 오비맥주가 취급하는 무·비알코올 제품을 모두 합치면 제조사 점유율은 40.3%로 하이트진로를 앞선다는 설명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1위 기준 싸움’으로 본다. 하이트진로는 단일 브랜드 점유율을 앞세우고, 오비맥주는 제조사 전체 점유율을 강조하는 구조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가 과거처럼 구색 상품이었다면 이런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장 시장이 되다 보니 1위 타이틀 자체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커졌다. 건강 관리와 절주 문화가 확산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게 마시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과거에는 ‘술을 팔 수 없는 장소에서 마시는 대체 음료’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회식, 캠핑, 러닝, 골프, 집밥 등 일상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9년 150억원 수준에서 2021년 400억원대로 커졌고 2024년에는 700억원을 넘어섰다. 내년에는 1000억원대 시장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체 맥주 시장에 비하면 아직 작지만 성장률이 높아 업체들이 놓치기 어려운 시장으로 바뀌었다.
오비맥주의 초기 전략은 달랐다. 맥주를 만든 뒤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의 비알코올 제품을 내세웠다. 실제 맥주에 가까운 풍미를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미량의 알코올에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임산부, 운전자, 운동 후 음용자, 건강 관리 소비자 등은 ‘0.0’보다 ‘0.00’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카스 올제로를 내놓고 기존 카스 제로도 카스 0.00으로 리뉴얼한 것은 이런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다. 알코올이 전혀 없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하이트제로와 정면 경쟁에 나선 것이다.
효과도 나타났다. 하이트제로의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37.5%에서 연말 36.8%로 소폭 낮아졌다. 카스 올제로 출시 이후 경쟁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제로와 카스 계열 무·비알코올 제품의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아 올해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하이트진로도 방어에 나섰다. 지난 3월 테라 제로를 출시하며 무알코올 라인업을 넓혔다. 하이트제로가 알코올, 칼로리, 당류 부담을 줄인 건강 음료 이미지에 가깝다면 테라 제로는 기존 테라 브랜드의 맥주 풍미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하이트제로로 시장을 지키고 테라 제로로 맛 중심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알코올 맥주 경쟁은 단순한 ‘제로’ 경쟁을 넘어 맛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 초기에는 알코올이 없다는 점과 저칼로리 여부가 핵심이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실제 맥주와 얼마나 비슷한 풍미를 내는지, 탄산감과 청량감이 어느 정도인지, 음식과 함께 마시기 좋은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는 더 이상 틈새 상품이 아니다”며 “건강 관리와 절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맥주 성수기마다 업체들이 주력 제품처럼 관리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단순히 무알코올, 저칼로리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고 실제 맥주에 가까운 맛과 브랜드 경험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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