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운반 탑차 조심해라"…교통사고 보험금만 194억?

입력 2026-06-02 14:08   수정 2026-06-02 14:33



반도체 운반 차량과 교통사고가 났다가 책정된 보험금이 194억원에 달한다는 사연이 화제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뒤에서 받으면 진짜 큰일나는 차'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오늘 회사 차와 반도체 운반 차량이 교통사고가 났는데 보험금을 책정했더니 194억원이라고 한다"는 대화 캡처 사진이 첨부됐다.

이어 "롤스로이스보다 삼성 적힌 1톤 탑차를 조심해야 한다"며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평택-화성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주의하라"는 경고도 담겼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웨이퍼, 포토마스크, 공정 장비 등을 운송할 때 진동 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진동(에어 서스펜션) 차량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490장이 실려 있었는데 사고로 다 깨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그런 고가의 제품을 고작 1톤 탑차에 싣고 다닌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반도체는 철강이나 자동차처럼 부피나 무게로 가격이 매겨지는 물건이 아니다. 극도의 미세 공정을 거친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기사에서 언급된 "490장의 웨이퍼가 실려 있었다"는 단서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금액이 맞아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3나노(nm)나 4나노 등 파운드리 최첨단 공정으로 생산되는 12인치(300mm) 웨이퍼는 공정이 완성됐을 때 1장당 가격이 대략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호가한다. 최고 사양의 고대역폭메모리(HBM)나 최신 AI 반도체 칩이 박힌 웨이퍼라면 가치는 더 높아진다.

최첨단 웨이퍼 1장 값을 약 3000만~4000만원으로 잡고 490장을 곱하면 약 15억~190억원이라는 계산이 아주 자연스럽다.

12인치 웨이퍼 490장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만, 부피와 무게는 생각보다 아주 작아 1톤 탑차에 싣는 것도 무리가 없다.

12인치 웨이퍼 1장의 두께는 1mm도 안 되며(약 0.78mm), 무게는 130g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안전하게 담는 전용 보관함(FOUP)에 25장씩 넣는다고 해도, 490장이면 박스 20개 분량밖에 되지 않았다.

웨이퍼 완제품이 아니라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유리기판인 '포토마스크(photomask)'를 수송 중이었다면 금액은 더 극단적으로 올라간다.

최첨단 극자외선(EUV)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는 단 1장 가격이 수억원에서 최고 10억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사고가 나서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왜 저 금액을 다 물어내야 하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반도체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미세 공정이라, 교통사고 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과 충격'만으로도 내부 회로가 모두 끊어지거나 미세 균열(크랙)이 발생해 전량 불량품이 된다. 육안으로 멀쩡해 보여도 쓸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보험사 가액 기준으로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하므로 저런 가공할 만한 손해배상 금액이 책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반도체 회사들은 이런 차량을 운행할 때 바닥에 특수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무진동 차량'을 쓰고, 수십억~수백억원짜리 특수 적하보험에 촘촘하게 가입해 둔다. "슈퍼카보다 삼성 로고가 박힌 탑차를 더 조심하라"는 말은 빈말이 아닌 셈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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