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환율 '3高' 가속화…'반도체 소외계층' 고통 커질 듯

입력 2026-06-02 17:45   수정 2026-06-03 01:13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1% 상승하며 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이 주목하는 근원물가(2.5%)와 생활물가(3.3%)도 각각 2년3개월, 2년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한은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이란전쟁 여파로 석유류 물가가 24.2%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소비자물가는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2.2%, 4월 2.6% 오르더니 한 달 만에 0.5%포인트 더 뛰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넘어선 건 2024년 3월(3.1%) 후 처음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5% 올라 2024년 2월(2.5%)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집계한 생활물가는 3.3% 뛰며 2024년 4월(3.6%) 후 가장 크게 올랐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생활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근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73%로 장을 마쳤다.
5월 소비자물가 3.1% 급등…2년2개월 만에 최고
근원물가 2.5%…27개월來 최고, 경제 전반으로 인플레 압력 확산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중동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석유제품뿐 아니라 쌀, 달걀, 컴퓨터, 가전제품, 여행비 등 생활 밀착형 물가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유가 급등이라는 공급 충격과 가팔라진 경제 성장세에 따른 수요 증가가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최소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로 중소기업과 취약계층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근원물가 2년3개월 만에 최고치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근원물가지수는 2.5% 올라 2024년 2월(2.5%)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지표로, 일시적 충격을 걷어낸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석유류 등 특정 품목뿐 아니라 서비스와 공산품 등 경제 전반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근원물가를 구성하는 공업제품 물가 상승률은 4.2%로 2023년 2월(4.8%) 후 가장 높았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3.7% 올라 2023년 12월(3.9%)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공업제품 가운데 컴퓨터는 19.0%, USB 메모리와 외장 하드 등 저장장치는 44.4% 뛰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치솟는 ‘칩플레이션’ 영향이다. 섬유유연제(13.4%) 선풍기(10.6%) 김치냉장고(8.4%) 세탁기(5.2%) 등 생활 밀착형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유류할증료 영향을 받는 국제항공료는 33.5% 올라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같이 높은 물가 수준도 그나마 정부가 정책을 통해 억누른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에 달했을 것이란 뜻이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만큼 향후 물가 오름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뛰는 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12.1원 오른 1516.4원에 마감했다.
◇힘 받는 7월 기준금리 인상론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하자 시장금리도 급등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823%를 기록해 2023년 11월 14일(연 3.857%) 후 장중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금리가 치솟은 건 7월 기준금리 인상론이 힘을 얻으면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5월 근원물가 통계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만큼 ‘좀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5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2.5%로 높아진 만큼 7월 기준금리 인상 명분이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물가에 대응해 한은이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물론 내년 1회 더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총괄은 “한은의 강한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물가 흐름에 내년 추가로 한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금리·환율이 나란히 뛰는 3고로 반도체발(發) 성장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의 살림살이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 상승률이 3%대 초중반까지 치솟아 소비 지출 중 필수재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가중됐다”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은 주가에도 부정적이다. 반도체, 전력 기자재 등 인공지능(AI) 전환 수혜에서 소외된 종목이 더 큰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자형 성장에 따른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일규/심성미/김익환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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