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여름 서울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국내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다방과 자판기 믹스커피가 지배하던 시절, 스타벅스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값비싼 사치재’이기도 했다. 교실 앞 자판기 커피가 100원, 스타벅스 톨 사이즈 커피 가격이 3000원이었으니 말이다. 불과 몇 년 후 이디야(2002년), 탐앤탐스(2004년), 카페베네(2008년) 등 토종 프랜차이즈가 잇달아 등장하며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이 급팽창했다. 원두커피와 ‘테이크아웃’ 문화, 카페를 머무는 공간으로 재정의한 공간 마케팅, 오픈런을 부른 굿즈 등 한국의 커피·카페 문화를 주도한 것도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혁신 브랜드였다.또 다른 선명한 사례가 있다. 미국 디즈니다. 2022년 디즈니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플로리다주가 추진한 ‘부모 권리 교육법’(일명 Don’t Say Gay 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즉각 56년간 디즈니가 누려온 자치권을 빼앗고, 세금 혜택을 박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즈니는 보복 행정이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전 끝에 법원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적 발언이 디즈니의 사업 기반을 뒤흔든 사례다.
정치와 이념은 본질적으로 편을 가른다. 누군가를 만족시키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분노한다. 하지만 기업 특히 소비재 브랜드는 성별, 세대, 지역,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최대한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기업이 정치적 아젠다에 휘말리면 스스로 시장의 절반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날 기업이 정치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2022년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초정치 시대 기업의 전략’(Strategy in a Hyperpolitical World)을 분석한 배경이다. 초정치, 초연결 시대인 지금 기업의 모든 의사 결정은 시시각각 공개적으로 다뤄지고 평가받는다. 브랜드가 더욱 의식적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디즈니와 버드라이트, 그리고 스타벅스가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다시 한번 이를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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