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포스트 워 투자 전략]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는 최근 출간한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 전략’(한국경제신문)에서 비트코인을 단순 가상자산이 아닌 ‘전쟁 이후 금융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해석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달러패권 균열,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맞물리며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2025년 10월 비트코인 급락을 구조 전환의 출발점으로 본다. 당시 12만달러를 웃돌던 가격은 하루 만에 급락했고 대규모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약 5개월간 조정을 거친 뒤 2026년 3월 이후 반등 흐름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 구간을 두고 정 교수는 “레버리지 중심 시장에서 현물과 기관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026년 1분기 글로벌 비트코인 ETF 순유입은 124억달러에 달했다. 가격 변동의 중심축이 개인투자자에서 기관 자금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트코인 시장 발전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투기와 희소성 서사가 지배하던 초기 시장이다. 2013년과 2017년 급등 사이클을 거치며 ‘디지털 금’ 이미지가 형성됐으나 변동성은 극단적이었다. 당시 조정폭이 -80%를 상회하는 구간도 반복됐다.
두 번째는 제도권 편입 단계다. 2024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전환점으로 꼽힌다.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참여하면서 비트코인이 제도 금융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 구조 변화가 뚜렷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레버리지 중심 급등락 구조에서 ETF와 기업 재무자산 중심의 수급 구조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스트래티지 등 기업의 비트코인 편입도 동일한 맥락이다.
정 교수는 이번 사이클의 특징으로 ‘조정폭 축소’를 지목했다. 과거 대비 가격 하락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기관 자금의 하방 지지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거래소 보유량 감소와 장기 보유자 비중 확대 역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세 번째 단계는 비트코인의 성격 변화다. 단순 투자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핵심축으로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가 꼽힌다. 국채,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자산이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비트코인이 담보와 결제의 기준 자산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2026년 하반기 예정된 미국 예탁결제원(DTCC) 토큰화 파일럿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디지털자산 담보 허용 움직임은 이 같은 제도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정책을 단순한 산업 육성이 아닌 ‘달러패권의 디지털 확장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진단이다.
기존 SWIFT와 국채 시장이 달러 시스템의 축이었다면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결제망이 일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담보 자산이자 결제 레이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다. 달러 기반 디지털 금융망이 확대될수록 비트코인의 활용 범위도 함께 넓어지는 구조다.
지정학 변수도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축이다. 정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비트코인의 사용 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쟁 장기화 시 고유가와 고물가, 통화가치 불안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제재와 SWIFT 통제가 강화될 경우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산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 교수는 이를 “금융의 무기화”로 규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외환보유고 동결과 결제망 차단이 현실화되면서 비검열 자산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됐다는 해석이다.
현재 시장이 여전히 비트코인을 위험자산으로 분류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동안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사실이 근거다. 정 교수는 이를 제도화 이전 단계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풀이했다.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정책이 핵심 변수다.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는 비트코인 가격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ETF,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RWA 확산이 시장 구조를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제도화 속도가 가격보다 중요한 변수라는 판단이다.
2028년 예정된 제5차 반감기 역시 공급 축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관 수요와 맞물릴 경우 과거와 다른 공급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자본시장의 중론이다.
정 교수는 “비트코인을 가격 자산이 아니라 국제 금융질서 변화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기술과 투기를 넘어 통화 시스템과 패권 구조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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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못 가는 건 금리·유동성 때문…장기적으론 제도화 안착”<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현재 비트코인 시장을 어떻게 보나.
“지난해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이후 비트코인이 약 40%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상태다. 다만 추가 상승도 추가 하락도 제한되면서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길게 보면 이미 많이 오른 자산인 만큼 차익실현 매물 압박도 존재한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무엇인가.
“결국 금리와 유동성이다. 현재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시장은 시중 유동성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구조다. 금리가 높아지면 글로벌 자금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고 위험자산 수요는 줄어든다.”
-중동 전쟁 변수 영향은 어떻게 보나.
“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시장은 결국 금리와 유동성 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시장 약세 흐름 배경은 무엇인가.
“금리 부담도 있지만 미국 정치권 규제 논의 영향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일가의 디지털자산 사업과 관련한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면서 클래리티(CLARITY) 법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시장 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보나.
“비트코인에도 고유의 펀더멘털이 있다고 본다. 주식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이 핵심이지만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사용 가치가 중요하다. 사용이 늘어나면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제도권 밖 자산이었지만 지금은 ETF와 스테이블코인 등을 중심으로 제도 편입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제도화 과정 자체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수요 기반을 키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끌어 온 엔비디아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코스피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할까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를 뒤흔든 가운데 투자 환경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빅테크 중심으로 질주해 온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 달러 체제의 균열 조짐, 예측하기 어려운 금리 흐름, 에너지 패권 재편,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금융 질서 변화까지.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시장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시기 필요한 것은 넘쳐나는 정보가 아니라 시장을 읽는 기준이다. 한경매거진앤북이 출간한 책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전략’은 전쟁 이후 재편되는 세계경제와 자본시장을 진단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 구루들이 바라보는 투자 해법을 담았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책에 담긴 핵심 통찰을 미리 살펴보고 불확실성의 시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시장의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는 최근 출간한 ‘투자 대가 9인의 포스트-워 투자 전략’(한국경제신문)에서 비트코인을 단순 가상자산이 아닌 ‘전쟁 이후 금융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해석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달러패권 균열,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맞물리며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폭락 이후 구조가 바뀌었다
정 교수는 2025년 10월 비트코인 급락을 구조 전환의 출발점으로 본다. 당시 12만달러를 웃돌던 가격은 하루 만에 급락했고 대규모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약 5개월간 조정을 거친 뒤 2026년 3월 이후 반등 흐름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 구간을 두고 정 교수는 “레버리지 중심 시장에서 현물과 기관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026년 1분기 글로벌 비트코인 ETF 순유입은 124억달러에 달했다. 가격 변동의 중심축이 개인투자자에서 기관 자금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ETF 이후 바뀐 시장 체질
비트코인 시장 발전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투기와 희소성 서사가 지배하던 초기 시장이다. 2013년과 2017년 급등 사이클을 거치며 ‘디지털 금’ 이미지가 형성됐으나 변동성은 극단적이었다. 당시 조정폭이 -80%를 상회하는 구간도 반복됐다.
두 번째는 제도권 편입 단계다. 2024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전환점으로 꼽힌다.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참여하면서 비트코인이 제도 금융 내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 구조 변화가 뚜렷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레버리지 중심 급등락 구조에서 ETF와 기업 재무자산 중심의 수급 구조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스트래티지 등 기업의 비트코인 편입도 동일한 맥락이다.
정 교수는 이번 사이클의 특징으로 ‘조정폭 축소’를 지목했다. 과거 대비 가격 하락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기관 자금의 하방 지지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거래소 보유량 감소와 장기 보유자 비중 확대 역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비트코인은 코인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
세 번째 단계는 비트코인의 성격 변화다. 단순 투자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핵심축으로는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가 꼽힌다. 국채,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자산이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비트코인이 담보와 결제의 기준 자산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2026년 하반기 예정된 미국 예탁결제원(DTCC) 토큰화 파일럿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디지털자산 담보 허용 움직임은 이 같은 제도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정책을 단순한 산업 육성이 아닌 ‘달러패권의 디지털 확장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진단이다.
기존 SWIFT와 국채 시장이 달러 시스템의 축이었다면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결제망이 일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담보 자산이자 결제 레이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다. 달러 기반 디지털 금융망이 확대될수록 비트코인의 활용 범위도 함께 넓어지는 구조다.
지정학 리스크가 부른 ‘금융의 무기화’
지정학 변수도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축이다. 정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비트코인의 사용 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쟁 장기화 시 고유가와 고물가, 통화가치 불안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제재와 SWIFT 통제가 강화될 경우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산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 교수는 이를 “금융의 무기화”로 규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외환보유고 동결과 결제망 차단이 현실화되면서 비검열 자산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됐다는 해석이다.
현재 시장이 여전히 비트코인을 위험자산으로 분류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동안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사실이 근거다. 정 교수는 이를 제도화 이전 단계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풀이했다.
핵심 변수는 금리와 제도화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정책이 핵심 변수다.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는 비트코인 가격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ETF,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RWA 확산이 시장 구조를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제도화 속도가 가격보다 중요한 변수라는 판단이다.
2028년 예정된 제5차 반감기 역시 공급 축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관 수요와 맞물릴 경우 과거와 다른 공급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자본시장의 중론이다.
정 교수는 “비트코인을 가격 자산이 아니라 국제 금융질서 변화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기술과 투기를 넘어 통화 시스템과 패권 구조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인터뷰]
“지금 못 가는 건 금리·유동성 때문…장기적으론 제도화 안착”<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현재 비트코인 시장을 어떻게 보나.
“지난해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이후 비트코인이 약 40%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상태다. 다만 추가 상승도 추가 하락도 제한되면서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길게 보면 이미 많이 오른 자산인 만큼 차익실현 매물 압박도 존재한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무엇인가.
“결국 금리와 유동성이다. 현재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시장은 시중 유동성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구조다. 금리가 높아지면 글로벌 자금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고 위험자산 수요는 줄어든다.”
-중동 전쟁 변수 영향은 어떻게 보나.
“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 전쟁 장기화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시장은 결국 금리와 유동성 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시장 약세 흐름 배경은 무엇인가.
“금리 부담도 있지만 미국 정치권 규제 논의 영향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일가의 디지털자산 사업과 관련한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면서 클래리티(CLARITY) 법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시장 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보나.
“비트코인에도 고유의 펀더멘털이 있다고 본다. 주식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이 핵심이지만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사용 가치가 중요하다. 사용이 늘어나면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제도권 밖 자산이었지만 지금은 ETF와 스테이블코인 등을 중심으로 제도 편입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제도화 과정 자체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수요 기반을 키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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