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소비·투자 억제 않는 '적정 금리' 찾아야

입력 2026-06-03 18:53   수정 2026-06-04 00:19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예전에 본 총재들과 화법이 확연히 다르다. 모호함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매우 직설적이다.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총재 취임 후 열린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바로 올릴 수도 있었는데, 다들 너무 놀랄까봐 그냥 넘어갔다는 뉘앙스다. 중앙은행 총재 대부분은 ‘물가, 성장, 환율, 부동산이 모두 금리 인상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말꼬리를 흐리거나 퇴로를 열어둔다.

신 총재는 금리 인상 시그널을 아주 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명료하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날 채권 금리는 0.05%포인트가량 올랐다. 시장은 확실하게 금리 인상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나흘 뒤인 지난 1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서도 “한국의 성장이 ‘굉장히’ 강력하다”며 대못을 박는 듯한 얘기를 했다. ‘굉장히’라는 표현 역시 중앙은행 총재 입에서 듣기 힘든 단어다.

신 총재는 금리 인상 신호를 강력히 내보냄으로써 ‘매파’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목표로 삼은 기준금리 인상폭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을 보면 매파로 단정하기 어렵다. 금통위가 내놓은 ‘6개월 뒤 금리 전망’ 점도표에서 연 2.5%에 찍힌 점은 2개, 연 2.75%에는 7개, 연 3.0% 10개, 연 3.25% 2개였다. 점이 많이 몰린 곳은 연 2.75%와 연 3.0%다. 신 총재는 “점도표를 확인하면 어느 정도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과 점도표가 비슷함을 내비쳤다.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다. 점도표에서 드러난 6개월 뒤 예상 기준금리(연 2.75~3.0%)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연 0.05~0.3%다. 이 정도 실질금리는 ‘경기에 중립적인 금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수치가 ‘플러스’인 만큼 물가 억제 효과가 미세하게 있겠지만 ‘긴축 영역’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점도표에서 가장 높은 연 3.25% 기준금리는 확실히 긴축적이다.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씩 세 번 올려야 가능하다. 현재로선 점 2개만 찍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신 총재가 금리 인상 시그널을 선명하게 내보낸 것에 비해 인상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취약점 때문일 것이다. 한은이 발표한 올해 고용 전망치는 18만 명 증가로 지난해보다 1만 명가량 적다. 경제가 ‘굉장히’ 성장하는데도 고용이 ‘작년만 못하다’는 얘기다. 고용의 질도 별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 같은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배달, 택배 등 ‘단기 일자리’ 위주로 늘어나는 추세다.

내수 소비(소매판매액 지수)는 작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에는 3.2% 늘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3년 연속 마이너스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바닥권이다. 실질소득이 거의 늘어나지 않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었다. 환율 상승으로 돈 가치도 떨어졌다. 소매업이나 음식점·카페를 하는 자영업자가 장사가 안돼 폐업하는 사례도 여전히 많다.

결국 K자형 양극화 경기의 ‘아래 부분’이 문제다. 금리 인상은 무차별적으로 관철되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치명적이다.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얘기는 어느 누군가의 경제 활동이 이로 인해 망가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근근이 생활하는 다중채무자, 아파트 미분양으로 공사비조차 건지지 못한 부실 건설사는 ‘바늘 하나의 무게’를 더 얹는 것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다.

재정정책과 복지 성격의 포용금융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협력해야 하지만 재정정책에 기대서는 안 된다. ‘물가 안정 효과를 내지만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중앙은행 총재에게 더 적합한 고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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