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푹 빠진 군인…사단장에 소송까지 내더니 결국

입력 2026-06-04 20:19  

초과근무를 신청해놓고 교관연구실에서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를 봤다는 이유 등으로 강등된 육군 부사관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당직근무 중 행정반을 지키지 않고 교관연구실에서 유튜브·페이스북을 보거나 휴대전화 게임을 했다는 부대원 진술이 법원 판단에 힘을 실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문경훈)는 최근 육군 중사 A씨가 제1보병사단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2월 육군 제1군단사령부 제1보병사단 B소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군은 2023년 11월 A씨에게 성실의무 위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해임 처분을 내렸다. A씨가 항고하자 항고심사위원회는 일부 징계 사유를 제외하고 징계 수위를 강등으로 낮췄다.

문제가 된 행위는 주로 근무태만. 군은 A씨가 2021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신병교육대 교관연구실에서 주 2~3회 이상 초과근무를 신청한 뒤 자신이 설치한 캠핑용 간이침대나 소파에 누워 자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봤다.

당직근무 태도도 징계 사유가 됐다. A씨는 당직근무 당시 중대 행정반에서 상황대기를 하며 보급품·부식 불출, 식사 인솔, 급양 감독, 교육 준비, 청소와 물품 정리 등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군은 A씨가 월 4~5회가량의 당직근무 중 대부분 시간을 행정반이 아닌 교관연구실에서 보낸 것으로 파악했다. 취침을 하거나 유튜브·SNS·휴대전화 게임 등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는 것. 본인이 해야 할 업무 상당 부분을 후임 부사관들에게 지시했다는 내용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전날 과음했다는 이유를 들어 교관연구실 소파 등에서 약 3시간 잠을 잤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군은 또 A씨가 수류탄 교육일이나 본인 당직근무일 등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언어폭력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군에 따르면 A씨는 기간병들에게 "팔 잘라버린다"라거나 "빠따 가져와"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A씨는 법정에서 징계 대상 행위의 일시·횟수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초과근무 중 휴식하거나 취침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당직근무 중 업무를 태만히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강등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 사유가 형사소송법에 따른 공소사실과 같이 엄격하게 특정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A씨가 어떤 행위 때문에 징계를 받는지 알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는 취지다. 초과근무 중 휴식을 취하거나 당직근무 중 교관연구실에서 취침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한 행위의 경우 장소·행위 형태가 특정돼 있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부대원들의 진술도 근거로 들었다. 복수의 부대원은 A씨가 초과근무 시간에 업무를 하지 않고 누워 있거나 쉬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들이 허위로 진술할 특별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봤다. A씨가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초과근무를 했지만 해당 시간에 어떤 업무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당직근무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도 인정됐다. 한 부대원이 A씨가 당직근무일에 후임에게 상황을 봐달라고 말한 뒤 교관연구실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하는 것을 봤다는 진술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다른 부대원은 A씨가 하사 간부들에게 병력 통제와 행정반 상황대기를 시켜놓고 정작 본인은 교관연구실에서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 게임을 했다고 진술했다.

전날 음주 후 당직근무 중 잠을 잔 것도 징계 사유로 인정됐다. 법원은 여러 부대원이 A씨가 숙취로 교관연구실에 누워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데 주목했다. 카드 사용 내역에 주류 결제 기록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음주 사실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다만 법원은 수류탄 교육훈련 당시 A씨가 교보재 차량 등에서 누워 쉬었다는 일부 사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관련 진술 중 일부가 직접 본 내용이 아니라 전해 들은 말에 불과하고 다른 부사관들이 해당 행위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낸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징계 사유가 빠졌다고 해도 강등 처분 전체가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군 조직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군대는 국가 안전보장, 국토방위, 국민 보호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인 만큼 엄격한 계급 질서와 지휘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복무기강을 해치는 행위엔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처분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더라도 A씨의 비위행위의 유형·정도 등을 고려하면 징계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군인의 준법성 준수, 임무수행 보장, 군 기강 확립·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 등 공익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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