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흐름이 산업 현장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이어 중흥토건·중흥건설도 노동위원회에서 하청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란 판정을 받게 됐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이 어디까지 교섭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지 공방이 이어지면서 산업계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4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중흥토건·중흥건설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재심 사건에서 전남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을 취소하고 원청의 공고 의무를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에서 나온 첫 교섭 기각 판단이 재심에서 뒤집힌 사례다. 전남지노위는 지난 4월10일 중흥 측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노조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산업안전 의제에 한해 초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쟁점은 타워크레인 작업과 관련한 산업안전 문제였다. 노조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원청으로부터 직접 지시·관리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흥 측은 조종사들에게 직접 지시·관리하지 않았고 작업 수행 과정에서도 자율성이 크다면서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중노위는 하청사인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만으로 작업 전반의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안전설비 설치·해체 같은 구조적 개선이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 의제에서는 원청인 중흥 측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임금 관련 의제는 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중노위는 임금 제도 개선을 위해 노사가 자율교섭을 할 수 있지만 원청과의 교섭 의제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기업 입장에선 임금 관련 의제가 빠졌다 하더라도 부담이 만만 않다. 산업안전과 작업환경처럼 현장 운영과 맞물린 의제는 원청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해서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도 하청 노조의 교섭 상대로 인정됐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한국연합플랜트노동조합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미이행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하청 근로자의 안전 관리와 작업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노동위원회가 산업안전·작업환경 의제를 놓고 원청의 실질적 영향력을 따져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기업들은 유사 분쟁에 더 자주 노출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경영계에서도 우려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며 사용자 범위와 교섭의제를 두고 노사 간 분쟁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협력업체 노조들은 원청기업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진행하는 등 실력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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