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습적인 티눈 및 굳은살 제거 수술로 거액의 보험금을 타냈다면, 그 일부를 보험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가 B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또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소송에서 원고가 피고한테 약 1784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 판결도 확정했다.

A씨는 2016년 7월 B 보험사의 한 수술비 보험에 가입했다. 수술 1회당 30만원의 수술비를 지급받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이후 A씨는 2016년 9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여러 병원에서 379회에 걸쳐 티눈 또는 굳은살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받고, 보험금 약 3494만원을 수령했다. B 보험사는 114회의 냉동응고술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했다.
B 보험사는 2017년 9월 A씨와 맺은 보험계약이 무효라며, 보험금 1710만원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냈는데 패소했다. A씨가 보험금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계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A씨는 보험사가 지급 거부했던 8250만원의 보험금을 마저 받겠다며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재차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보험금 전부 반환을 주장하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B 보험사의 주장은 크게 세가지였다. 먼저 선량한 풍속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보는 민법 제103조에 따라, 이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항변했다. 40대 초반 여성이던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무려 26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A씨가 보험금 부정·과다 취득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설령 보험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티눈·굳은살 제거 수술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당 보험계약 약관엔 ‘주근깨와 다모, 무모, 백모증, 딸기코(주사비), 점, 모반, 사마귀, 여드름, 노화현상으로 인한 탈모 등 피부질환 중 어느 한가지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1·2심은 A씨의 보험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B 보험사의 맞소송을 일부 인용했다. 원심은 앞선 소송과 다르게 이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우연한 위험 대비가 아니라 보험사고를 가장하거나 그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에 가입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티눈·굳은살 제거술은 보험 약관상 수술비 지급 면책 대상이라고 봤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부당이득금 부분의 경우, 선행 민사 소송의 기판력(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판결받거나 판결을 번복할 수 없는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액수에 대해서만 A씨의 반환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보험계약 무효 여부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고 봤다. 원심은 선행 소송 이후 A씨의 수술 횟수 등 측면에서 사정 변경이 있었으므로, 보험 계약의 무효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 만으론 선행 판결의 기판력을 뒤집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소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 결론 자체에는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티눈 및 굳은살이 이 사건 면책조항에서 정한 피부질환에 해당하므로 냉동응고술에 대한 피고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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